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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 무안공항(제주항공 추락) 참사
칼럼

[이승재 칼럼] 무안공항(제주항공 추락) 참사

이승재 기자
입력

202412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추락 참사는 단순히 한 항공사의 실책이나 기체 결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고는 대한민국 항공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 나아가 지역 공항의 시스템적 미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은 이번 참사를 여전히 제주항공 참사로 부르지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무안공항 제주항공 추락 참사로 정의하는 것이 보다 적확할 것이다. 이를 줄이면 '무한공항 참사'라고하는 적는 게 맞을 거다.

 

항공 사고를 지칭하는 네이밍(이름짓기)은 흔히 항공사, 특히 사고를 일으킨 기체와 이를 운항한 회사에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다. 이는 사고를 단순화하는 한편, 근본적인 문제를 가리는 악영향을 미친다.

 

<괌 대한항공 추락 사고>199786, 대한항공 801편이 괌의 안토니오 국제공항에 착륙 시도 중 추락, 254명이 사망한 역대 최악, 비극적인 항공 사고였다.

 

당시 공식적인 사고 원인은 공항의 자동항법시스템(GLS)이 당시 작동하지 않았고,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조종사가 시각적인 착륙 절차를 시도하다가 언덕에 충돌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원인으로  불완전한 공항 시스템과 조종사의 판단 실수와 승무원 간의 의사소통 부족 등으로 결론냈다. 또 대한항공의 안전 관리 체계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무한공항 참사는 이와 달리 현재까지 드러난 것으로 볼 때 제주항공의 문제를 한참 넘어 공항 시스템과 관리, 지역 공항의 운영 환경이 결합된 참사로 여겨진다.

 

무안국제공항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이용객이 적고,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지역 공항 중 하나다. 하지만 국제공항으로서 기본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과 항공기 운항을 지원하는 설비는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점은 무안공항의 비행 관제 시스템과 긴급 상황 대응 체계가 부실했으며, 이는 공항 운영 주체인 한국공항공사와 정부의 관리 소홀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항공기 운항 전후 점검 과정에서도 제주항공의 허술함은 밝혀져야할 핵심 중 하나다.  

 

먼저 무안공항의 안전 시스템 부재는 치명적이다. 항공기의 접근 및 이륙 과정에서 항공 관제소와 조종사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관제소의 노후화된 장비와 부족한 인력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였다. 특히 야간이나 악천후 상황에서의 안전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참사의 큰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의 존재는 무한공항 참사라는 명명이 틀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고 항공기가 착륙 도중 활주로 끝부분을 벗어나면서 콘크리트 둔덕에 부딪혀 기체가 사실상 파괴됐고, 이는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시설)를 설치한 콘크리트 둔덕 말이다. 로컬라이저는 공항 활주로 주변에 설치하는 안테나 모양의 시설로, 전파를 쏴 항공기가 활주로 가운데 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런데 이 장치를 콘크리트 둔덕에 세운 건 경악할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활주로와 인접한 안전 구역의 설계 결함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공항의 기본 설계 및 유지 관리가 미흡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국제공항으로서 이런 물리적 장애물이 방치된 것은 심각한 안전 관리 실패라고 볼 수 있다.

 

무안공항은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운영하는 공항이다. 따라서 공항의 관리와 운영에 대한 책임은 항공사가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에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 공항들은 수익성 부족과 낮은 이용률로 인해 정부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공항 운영의 효율성과 안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를 통해 드러난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공항에 대한 투자와 관리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무안공항은 국제공항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선 항공편 운영에 필요한 기본적 안전 관리 체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역 정부가 공항 관리에 대해 안일하게 접근했음을 보여준다.

 

제주항공 역시 당연히 참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항공기의 정비 문제나 운항 스케줄 관리, 조종사 교육 등 기본적인 항공사 운영 등에서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비용 절감을 최우선시하는 경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정비와 안전 점검에 투입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항공사의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 이는 항공사의 문제를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2024년 무안공항 참사는 단순히 한 항공사의 실패로 치부하기에는 그 의미가 너무 크다.

 

비극적 참사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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