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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지인 할인'과 실손보험금 지급…법원 판단은?
뉴스

병원 '지인 할인'과 실손보험금 지급…법원 판단은?

이승재 기자
입력
수정2024.11.27 06:40
대법원 대법정.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지인 할인’ 받은 병원비를 실손보험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많은 병·의원들은 의사 등 의료진과 직원들의 가족, 친지같은 '특수관계인'에게 10~20% 가량 병원비를 할인해 주는 관행이 있다.

 

또 일부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는 어차피 보험사에서 돈을 받으니 병원비를 부풀리는 관행도 적지 않다.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비를 할인 받고, 병원측은 수익더욱 늘리는 꼼수인 경우다.

 

이른바 '지인 할인'이라고 하는데, 이 돈을 실손보험금 산정에 포함하지 말라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온 것이다.

 

이는 보험 청구 기준을 실제 부담한 금액으로 한정한 중요한 판례로, 실손보험을 둘러싼 보험사와 가입자 간 갈등에 새롭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삼성화재가 이긴 이유

대법원 민사3부는 최근 삼성화재가 최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최 씨가 한방병원에서 받은 지인 할인금액 1천800여만 원이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에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최 씨는 2005년 삼성화재와 실손보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보험은 상해와 질병으로 입원 시 병원비, 수술비 등을 보상해주는 상품이었다

 

그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한방병원에서 11차례 입원 치료를 받으며 약 13천만 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 중 1,800만 원은 병원이 제공한 지인 할인으로 줄어든 금액이었지만, 최 씨는 이를 포함해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런 사실을 파악한 삼성화재는 지인 할인금액은 최 씨가 실제로 지출하지 않은 금액이므로,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 씨는 보험 약관에 피보험자가 부담한 의료비 전액이라고 명시되어 있더라도 할인 전 금액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반박하며 소송이 시작됐다.

 

1심 법원은 삼성화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지인 할인은 병원과 환자 간의 개별 약정으로 감면된 금액으로, 환자가 실제로 부담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1심은 실손보험의 기본 원칙인 실제 손해 보전을 강조하며, 할인 금액은 산정 기준에 포함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2심 법원은 정반대의 결론을 내놨다.

 

재판부는 약관에 피보험자가 부담한 비용 전액이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이 문구가 모호하다고 지적하며, “소비자에게 유리한 해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소심은 할인 금액도 보험금 산정 기준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대형 병원 수술 장면. 사진=픽사베이
대형 병원 수술 장면.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또 반전을 거듭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을 뒤집고 삼성화재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먼저 실손보험의 본질을 '실제 부담한 손해의 보전'이라고 분석했다.

 

실손보험은 피보험자가 실제로 부담한 손해를 보전하기 위한 제도이며, 이를 넘어선 이득 보장은 보험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감면 전 금액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면 의료기관이 비급여 항목을 부풀리고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할인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약관에 대한 해석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보험 약관의 피보험자가 부담한 비용은 실제로 지출한 금액으로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항소심의 약관 해석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실손보험 제도의 운영 원칙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의 할인 관행과 보험 청구 기준 사이의 경계를 법적으로 정리했다.

 

특히, 병원들이 비급여 항목을 부풀린 뒤 일부를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관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양측에도 실손보험 청구 기준이 실제 지출 금액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실손보험은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중요한 제도지만, 최근 몇 년간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며 보험사의 재정 악화와 가입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실손보험을 둘러싼 혼란 중 하나를 깔끔히 정리한 판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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