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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 2조원 '합법 타투 시장' 열린다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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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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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문신은 여성뿐 아니라 중년 남성 사이에서도 가장 흔한 시술입니다. 하지만 시술자가 의사가 아니라면 모두 불법이었죠.”

 

◆'범죄' 눈썹문신, 이제는 합법 비즈니스
 그동안 수십만 명의 문신 시술자들이 불안 속에서 일했다. 반영구화장, 두피문신, 타투 모두 법적으로는 ‘의료행위’로 분류돼 의사만이 시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비(非)의료인’인 타투이스트(문신 아티스트)들이 시장을 사실상 이끌어왔고, 정부는 이를 단속하는 시늉만 하며 공공연히 방치했다.

 

그 모순의 시대가 끝나간다.

 

지난 9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문신사법'이 시행되면 비의료인도 합법적으로 문신 시술을 할 수 있게 된다. 법 시행은 2년 뒤, 2027년 9월부터다.

 

이 법은 그저 제도 개선이 아닌, ‘몸에 바늘을 사용한 죄’로 법정에 섰던 문신인들의 지위를 국가가 정식으로 인정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1천600만명, 2조원 시대
보건복지부와 한국타투협회 자료를 종합하면 국내 문신 이용자는 약 1천600만 명. 그중 1천300만 명이 반영구화장(눈썹·입술 등)을 했고, 300만 명이 서화문신(예술적 타투)을 선택했다. 연 2조원(2022년 기준)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은 그 실력과 명성이 자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음악, 음식 등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인의 '섬세한 손'을 생각해보면 금세 유추된다.

 

눈썹문신은 이미 정치인과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 남녀노소 모두 자연스럽게 받는 시술이다. 

 

‘문신=비행’이라는 인식은 과거의 편견으로 남았다.

 

◆하나의 면허, 두 개의 세계
'문신사법'은 미용문신과 예술문신을 통합해 ‘문신사 면허’ 하나만을 발급한다. 즉 몸에 용을 새기든 눈썹을 그리든 하나의 국가시험으로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복지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문신사 국가시험은 ▷보건위생관리(공중위생, 피부학, 해부생리학) ▷문신안전시술 실무지식(시술 위생, 감염관리, 장비관리) ▷실기시험 등으로 이뤄진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시험을 분기별 1회 이상 실시할 계획이다. 최소 22만 명에서 최대 60만 명으로 추산되는 기존 시술자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시험에 합격하면 문신사 면허증이 발급되고, 이후 위생시설 요건을 충족해 지자체에 등록해야 정식 영업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회색지대’의2년은?
문신사법은 2025년 공포 후 2년 뒤인 2027년부터 시행된다. 첫 시험 합격자들이 나올 때까지 불법이라는 말이다. 이 기간은 법적으로 ‘공백기’다. 법이 생겼지만 효력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여전히 불법이지만, 정부는 ‘법 제정 취지’를 감안해 단속을 자제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존 시술자들은 시설·위생 기준을 충족하고 위생교육을 이수하면 임시로 영업이 허용될 전망이다.

 

이 임시허가는 법 시행 후 2년까지만 유효하다. 즉, 2029년까지는 반드시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또 과거 불법 시술로 처벌받은 이들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특례가 부여됐다.

 

이는 단속 중심에서 ‘제도화 중심’으로 전환하는 법 정신을 보여준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타투이스트는 더 이상 '불법 의료인', ‘불법 예술가’가 아니다. 감염병 예방과 소비자 안전을 지키는 ‘위생관리 전문가’로서의 역할이 부여된 합법적인 직업인이 된다.

 

문신업은 국가가 관리하고, 사회가 인정하는 산업으로 성장할 준비를 마쳤다.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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