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심장’ 종아리 근육을 깨워라

나이가 들수록 ‘건강하게 걷는 일상’은 단순한 신체 활동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장년 이후의 삶에서 잘 걷을 수 있는 능력은 행복의 기본 조건이다. 그런데 많은 중노년층은 무릎이 아프거나 다리에 힘이 빠져 일상 생활에 제약을 받는다. 흔히 통증이 있는 무릎이나 허리에만 관심을 두지만, 그 이면에는 종아리 근육의 약화라는 근본 원인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종아리 근육은 단지 다리를 움직이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인체의 말단에 위치하면서도 심장으로 혈액을 끌어올리는 펌프 역할까지 수행하는 이 근육은 ‘제2의 심장’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종아리 근육은 걷기 능력뿐 아니라 균형 유지, 혈액순환, 심혈관 건강까지 좌우한다.
걸음걸이의 엔진, 속도와 효율의 핵심
우리 몸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가장 큰 동력은 종아리에서 나온다. 종아리 근육은 발목을 이용해 지면을 밀어내고, 상체가 앞으로 이동하도록 추진력을 제공한다. 이 근육이 단단히 유지되면 걸음걸이는 자연스럽게 안정되고 빠르며, 한층 덜 피로하게 오래 걸을 수 있다. 즉, 걷기의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실제로 종아리 근육이 발달된 사람은 계단을 오를 때도 힘차게 발을 내딛고, 내리막길에서도 몸의 중심을 흔들림 없이 유지한다.
낙상을 막는 보이지 않는 지지대
중노년층에서 낙상은 골절로 이어지기 쉽고, 이후 회복이 늦어 삶의 질을 급격히 저하시킨다. 하지만 낙상은 단순히 ‘운 나쁜 사고’가 아니다. 대부분은 균형 감각의 저하와 하지 근육의 약화에서 비롯된다. 특히 종아리 근육은 자세를 바로잡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갑자기 발을 헛디뎠을 때 종아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간다면, 몸이 앞으로 쏠려도 빠르게 중심을 회복할 수 있다. 근육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작고 단순한 실수가 심각한 낙상으로 이어진다.
어지럼증과 기립성 저혈압, 종아리가 답
의자에서 일어날 때 갑자기 머리가 핑 도는 증상, 중노년에게 익숙한 기립성 저혈압은 혈액이 순간적으로 뇌에 도달하지 못해 발생한다. 이때 종아리 근육은 심장을 대신해 혈액을 끌어올리는 펌프 역할을 한다. 근육의 수축이 혈관을 눌러 정맥의 혈액을 위로 밀어내는 작용이 반복되면, 뇌의 혈류가 안정되며 어지럼증도 줄어든다. 종아리 근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갑작스러운 체위 변화에 따른 혈압 저하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무릎을 돕는 조력자, 종아리
이미 무릎 통증을 겪고 있는 중장년층에게는 종아리 근육이 중요한 보완책이 될 수 있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쪼그려 앉을 때 무릎에 집중되는 하중을 종아리와 허벅지 뒤쪽 근육이 분산시켜주는 것이다. 특히 종아리가 단련되면, 대퇴사두근이 받는 부담을 줄이고 관절의 마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 결과 무릎 주변의 통증 강도가 완화되고, 일상생활에서의 활동성이 증가한다.
오늘부터 실천하는 ‘뒤꿈치 들기’
종아리 근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실천으로 옮길 때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운동은 ‘뒤꿈치 들기’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집안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고, 안전하며 체력 수준에 맞춰 조절이 가능하다.
먼저 준비 자세. 벽이나 의자를 가볍게 잡고, 발을 어깨너비로 벌려 곧게 선다. 다음에는 아주 천천히 들어 올리기다.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신경 쓰며 뒤꿈치를 천천히 들어 올린다. 내릴 때도 중요하다. 뒤꿈치를 바닥에 닿기 직전까지만 내린다. 근육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팁 새끼발가락보다 엄지발가락 쪽에 힘을 주고 들어올리는 데 집중하면 종아리의 내측 근육이 보다 효과적으로 단련된다.
운동량은 처음에는 10회씩 3세트, 이후에는 하루 50~100회 수준으로 늘려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하루 이틀로 효과를 보기보다, 몇 주간 반복하면서 근육이 단단해지는 느낌을 체감하는 것이 핵심이다.
종아리 근육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건강을 결정짓는 키 플레이어’다. 중노년의 행복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걷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몸에서 출발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종아리다.
오늘부터 '뒤꿈치 들기'로 제2의 심장을 깨워보자. 걷는 일상, 넘어진 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 나아가 어지러움 없이 또렷한 하루를 누릴 수 있는 능력까지 모두 종아리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