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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유죄 확정, YG엔터 주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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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유죄 확정, YG엔터 주가는?

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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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뒤에 숨어 있는 기업 리스크의 민낯
사진=YG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사진=YG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18일 대법원은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양현석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했다. 2016년 마약 수사 무마 시도 의혹에서 출발한 이 사건은 9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YG의 주가는 이날 0.24% 하락에 그쳤다. 장중 낙폭이 있었지만 곧 회복됐고, 종가는 8만4900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누군가는 ‘이미 선반영된 재료’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기대보다 약한 충격’이라며 지나간 뉴스로 여겼다. 그러나 이 반응이 정말 YG에게 면죄부가 될 수 있는가.

 

양현석은 유죄다. 대법원은 연습생을 상대로 “너 하나 없애는 건 일도 아니다”는 말을 내뱉은 그의 죄를 인정했다. 조직의 최고 권력자가 마약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회유·협박한 사실이 법정에서 확인됐다. 

YG주가 10년 그래프. 사진=네이버
YG주가 10년 그래프. 사진=네이버

그럼에도 이날 주가가 보여주듯 YG 기업 가치엔 이상이 없다는 게 시장의 대답이다. 이 착시가 오늘 YG를 더 위험한 지점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 최종 판결 이후 주가가 견고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 사건은 투자자들에게 이미 낯익은 이슈였다. 1심과 2심을 거치며 주요 쟁점과 형량은 시장에 충분히 알려졌고 최종 판결은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둘째, YG 측의 신속한 대응도 주효했다. 판결 직후 회사는 공식 입장을 통해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양현석 역시 책임감 있는 자세로 본연의 업무에 임하겠다고 했다. 

 

셋째, 무엇보다도 핵심은 실적 기대감이다. 블랙핑크, 베이비몬스터 등 YG 소속 아티스트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 중이고, 하반기에는 다수의 컴백과 콘서트 일정이 예정돼 있다. 실적이라는 현실적 무게가 사법 리스크의 심리적 충격을 상쇄한 것이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형사처벌을 넘어, 한 기업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다. 양현석은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며, 그 죄명은 수사 무마를 위한 회유와 협박이다. "너 하나 없애는 건 일도 아니다"는 그의 발언은 연예산업 내부의 위력 구조와 권력 남용 문제를 응축한 문장으로 남는다. 

 

이는 도덕적 비난을 넘어 글로벌 신뢰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중시하는 글로벌 플랫폼과 파트너사 입장에서 YG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리스크’로 간주될 수 있다.

 

주가 전망을 보더라도 단기적으로는 하방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다. 블랙핑크의 글로벌 활동과 베이비몬스터의 미국 진출 등으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여러 불확실성이 병존한다. 양현석의 영향력이 유지되는 한, 향후 또 다른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집행유예 기간인 1년 동안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경우 그 여파는 이번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또한 신인 아티스트의 흥행 실패나 핵심 멤버들의 재계약 이슈 등 콘텐츠 측면에서도 언제든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더불어 YG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신뢰 회복이다. 글로벌 브랜드, OTT 플랫폼, 투자기관들은 이제 단지 ‘잘 팔리는 콘텐츠’만으로는 파트너를 선택하지 않는다. 투명한 거버넌스와 윤리적 리더십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요소다. YG는 이번 사법 리스크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문장 하나로 넘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구조개편과 윤리 경영 선언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결국 양현석의 유죄는 법적 사건으로 끝났지만, YG의 무죄는 선언된 적이 없다. 그것은 지금도 ‘집행이 유예되는 중’이며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리더의 사법 리스크는 주가가 견디고 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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