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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 깨진 '조국의 거울', 그리고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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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 깨진 '조국의 거울', 그리고 경제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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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국 페이스북
사진=조국 페이스북

필자는 오랫동안 '조국의 거울'이라는 표현을 힘주어 말해왔다. 

 

202112"대선 후보, 초고화질 '조국 거울'로 비춰야"라는 칼럼에서 필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만든 고위공직자 가족 검증 기준 '조국 거울'이 탄생했으며, 이는 윤석열 후보 일가에 '그 이상' 적용해야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이 글 다시 인용.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검찰총장 재직 시(2019.7~2021.3) 최대 업적인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는 가히 역사에 남을 만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교수, 아들과 딸, 친동생 조권, 5촌 조카 조범동 등을 대대적으로, 철저히, 꼼꼼히 수사해 공직자 검증 기준을 업데이트했다. 2020년 이후 고위 공직에 나가려는 사람이 스스로를 들여다 봐야 할 초고화질 '거울'을 내놓았다."

 

윤석열이 만든 '조국 거울'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기존 공직자 검증의 3대 관문(돈 문제, 성추문, 병역 면제)을 넘어 가족 전체의 불공정한 특혜와 비리까지 검증 대상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조국 일가의 입시 비리, 사모펀드 불법 투자, 웅동학원 비리는 모두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윤석열은 조국 일가를 짓밟고 '공정'이라는 깃발을 들고 대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가 만든 '조국 거울'을 산산조각 낸 자는 윤석열 본인과 그 배우자 김건희였다.

 

깨진 그 거울을 아예 치운 건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이다. 사법 정의와 공정성이라는 원칙이 무너지고, 그 파편들은 대한민국의 경제적 기반인 시장 신뢰와 제도적 안정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의 사면은 단순한 정치적 논란을 넘어, 사법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훼손했다. 대법원에서 자녀 입시 비리,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지 겨우 8개월 만에, 전체 형기의 30%만 복역한 상태에서 조기 출소했다. 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회적 인식을 더욱 공고히 한다.

 

그의 확인된 범죄는 '문서위조''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처럼 명확한 사실관계에 기반한다.

 

문서위조는 가장 저급한 범죄, 미공개정보 이용 주식거래는 파렴치한 경제범죄다. 그러나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범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를 옹호하는 지지자들 역시 '검찰권 오남용', '도륙당한 가족'만을 주장할 뿐, 정작 "문서위조를 했는가, 안 했는가?"라는 핵심 질문에는 답을 못하고 있다.

 

이 사라진 조국의 거울은 정치적 논쟁을 넘어, 경제 시스템의 근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공정한 경쟁의 파괴. 조국 일가 사건은 특권층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녀의 '스펙'을 위조하고, 부와 기회를 대물림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정당한 노력이 아닌 부모의 배경과 불법적인 수단이 성공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청년들은 좌절했고 절망했다. 이는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다.

 

조국 뿐 아니라 이번 사면은 특권층 카르텔의 공고함을 보여준다.

 

거대 양당의 '사면 청탁'은 정치적 담합의 민낯을 보여줬다. 국민의힘이 요청한 정찬민(부동산 개발업자에게 35천만 원 뇌물 수수), 홍문종(사학재단 75억 원 횡령 및 뇌물 수수), 심학봉(중소기업 지원 대가로 2770만 원과 7천만 원 금품 수수) 등 야권 부패 정치인들이 사면 명단에 포함된 사실은 양당이 국민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서로의 잘못을 눈감아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이러한 정치적 거래는 경제 구조개혁을 지연시키고, 사회 전체의 사회적 자본을 훼손한다.

 

사라진 조국 거울은 시장의 신뢰, 정치에 대한 실망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특별사면 결정은 즉각적인 여론 악화로 이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81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59%, 직전 조사 대비 5%포인트 하락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특별사면'2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조국 전 대표 사면에 대한 여론은 첨예하게 갈렸다. 전체 응답자 중 48%가 반대, 43%가 찬성했으며,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에서 반대가 5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40·50대에서는 찬성이 60%에 가까웠다

 

조국 전 장관은 출소 후 "검찰 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자신의 범죄를 반성하지 않고 정치적 투쟁으로 포장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윤석열이 만들었던 '조국의 거울'은 윤 정부에서 깨졌지만, 이재명 정부는 이를 복원해야 했다. 

 

이제 우리에게는 공직자를 검증할 기준도, 공정을 외칠 명분도 사라졌다. 우리는 신뢰를 잃고 저성장 함정에 빠질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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