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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 정치과 돈의 결합, 그리고 파국
칼럼
이승재 칼럼

[이승재 칼럼] 정치과 돈의 결합, 그리고 파국

이승재 기자
입력
수정2024.11.15 03:04
SK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을 지켜보며
[이승재 칼럼] 정치과 돈의 결합, 그리고 파국
SK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을 지켜보며
 
한국 사회에서 재벌과 (언론을 포함한) 정치권력의 유착은 오랜 기간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결혼을 통해 이러한 유착이 강화되는 경우, 그 영향력은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결혼은 재벌 총수(최종현)의 장남과 대통령(노태우)의 딸이라는 조합으로 '세기의 결혼'이라 불렸습니다. 두 사람은 1988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해 이후 세 자녀를 두었습니다.
 
당시 이 결혼은 단순히 개인 간의 결합이 아니라, 정치권력과 재벌가문의 유착을 통해 서로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클 거란 '합리적 의심'이 많았습니다.
 
결국 이번 최-노 이혼 소송 2심에서 이런 의심이 사실상의 팩트로 굳어지게 됐습니다.
 
정치와 자본, 두 권력의 결혼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부패를 조장할 수 있다는 말이죠.
 
SK그룹은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이동통신 사업자에 선정되었으나, 특혜 시비가 일자 사업권을 반납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특혜 뿐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에게 전달되었다는 메모는 최-노 이혼 2심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 분할로 1조3천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1심 판결보다 20배 증가한 금액으로, 노소영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와 경영활동에 기여했다고 인정한 결과입니다.
 
노소영 관장은 34년 동안 가정을 지키고, 세 자녀를 양육하며, SK그룹의 가치에 기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노 관장의 주장이 재판의 본질을 흐려, 악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라며 비판했습니다. 
 
이번 이혼 소송은 단순한 개인 간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법적,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촉발시켰습니다.
 
항소심 과정에서 노소영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에게 전달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옥숙 여사가 보관하고 있던 약속어음과 메모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자금이 SK그룹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여 재산 분할 액수를 크게 늘렸습니다.
 
그러나 이 돈이 실제로 비자금이었다는 점을 규명하거나 추징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과 최종현 회장이 모두 사망했고, 소멸 시효 문제로 인해 수사 기관이 비자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치권력과 재벌 간의 유착이 얼마나 깊고 복잡한 문제인지를 보여줍니다.
 
 


 

이번 사건은 또한 재벌가의 이혼 소송이 가지는 복잡성과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사회적, 경제적 위치에 따라 이혼 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법적, 사회적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결론 내릴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은 우리 사회가 가족, 혼인, 재산 분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거울이 될 겁니다. 
 
어떤 최종 판결이 나더라도 두 사람의 아버지들이 맺은 대통령와 재벌의 결합, 즉 정경유착은 결국 '파국'으로 귀결된다는 교훈을 얻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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