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공장 무단 점거…2심도 "배상"

지난 2018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을 무단 점거한 노조원들이 회사에 1억4천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2심 판결이 나왔다. 이는 법원이 노동조합의 불법적 공장 점거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물은 사례로 평가된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8-3부(박성윤 정경근 박순영 부장판사)는 최근 기아차가 김수억 전 민주노총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 등 노조원 7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들은 공동으로 1억4천4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1심에서 인정된 배상액 1억7천293만원보다는 다소 줄어든 금액이지만, 노조의 불법 점거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분명히 한 판결이다.
◆공장 점거의 배경과 법적 쟁점
기아차 화성공장 사내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직원들은 2018년 8월 30일부터 9월 4일까지 불법 대체인력 투입을 막겠다며 플라스틱 공장에서 숙식을 하며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로 인해 기아차의 범퍼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기아차는 같은 해 9월 20일 점거를 주도한 7명을 상대로 10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피고 측은 법정에서 "점거 농성이 적법한 쟁의행위에 해당해 배상 책임이 없으며, 협력업체 직원들이 전면 파업에 돌입한 뒤 이뤄진 것이므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민형사 판단 근거
법원은 노조원들의 공장 점거 행위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제314조), 건조물침입죄(제319조), 퇴거불응죄(제323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37조에 따른 불법 점거로 간주하여, 이에 대한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특히, 법원은 "피고들은 위력으로 플라스틱 공장 직원들이 범퍼 제작 작업을 못 하게 방해했고, 이로 인해 공장 생산라인 전체 가동이 중단됐다"며 노조의 점거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보았다.
이번 판결은 노동조합의 불법적인 공장 점거에 대한 법원의 엄중한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다. 이는 앞서 판결된 유성기업 사건(2013~2016년)과 현대중공업 점거 사건(2019년)에서도 법원이 유사한 논리를 적용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기업의 생산시설을 점거하는 행위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보호받을 수 없으며, 무단 점거로 인해 기업이 입는 경제적 피해는 손해배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