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엇갈린 피해자 구제

티몬·위메프 포인트, 해피머니 상품권 소비자 피해를 그 발행사가 책임지라는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티몬과 위메프는 각 회사 사정이 판이하게 달라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원 산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2024년 5월 30일, 티몬과 위메프가 발행한 선불전자지급수단(상품 구매 전에 미리 충전해 두고 사용하는 포인트나 캐시)과 이들이 판매한 제3자 상품권에 대한 소비자 피해를 심의하고, 발행사와 판매사에 책임 있는 조치를 내리라고 결정했다.
위원회는 티몬이 발행한 ‘티몬캐시’와 위메프가 발행한 ‘위메프포인트’에 대해 환급 책임이 각각 발행사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 선불 전자지급수단은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돈을 받고 일정 금액을 충전해주고, 이후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문제는 2023년 중반부터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에게 정산해줘야 할 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전체 플랫폼 운영이 불안정해졌고, 그 여파로 소비자들이 가진 캐시나 포인트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이에 대해 두 회사가 시중 은행에 예치한 지급보증 담보예금(소비자 보호를 위해 은행에 따로 맡겨 놓은 돈) 한도 내에서 환급을 하라고 결정했다. 즉, 은행이 대신 돈을 지급할 수 있는 범위까지는 소비자들이 환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티몬의 경우 지급보증 한도를 초과한 금액은 현재 진행 중인 회생절차(법정관리, 즉 채무를 갚지 못한 기업이 법원의 관리를 받으며 회사를 정상화하는 절차)를 고려해 회생채권(회생절차에 따라 일정한 비율만 갚는 빚)으로 확정한 뒤 회생계획안에 반영하라고 했다.
위메프의 경우 지급보증 규모가 크고,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법정관리인의 동의만 있으면 캐시나 포인트의 환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상품권에 대한 문제도 판단했다.
티몬과 위메프 두 회사가 판매한 제3자 상품권, 즉 해피머니, 컬쳐랜드, 북앤라이프 같은 외부 회사가 발행한 상품권에 대해서 상품권의 유효기간을 연장하거나 동일한 조건으로 재발행하라고 요구했다.
만약 이러한 조치를 경영상 사유로 할 수 없다면, 소비자에게 각 상품권의 권면액 또는 실제 구매 금액의 최대 70%까지 환급하라고 결정했다.
해피머니 상품권과 해피캐시(해피머니에서 사용하는 충전식 포인트)는 사정이 더 심각했다.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는 현재 법정관리 중이며, 상품권 사용이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소비자가 보유한 해피머니 상품권과 해피캐시의 잔액도 회생채권으로 확정해 회생계획안에 반영하라고 결정했다. 즉, 소비자도 해피머니의 채권자로서 일부라도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번 집단분쟁조정 신청에는 총 1만3천259명의 소비자가 참여했다. 티몬·위메프 관련 사건에는 2천748명, 해피머니 관련 건에는 1만511명이 신청했다.
이들은 2023년 7월경부터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인해 플랫폼에서 포인트나 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한국소비자원에 단체로 조정을 요청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당사자가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알려야 하며, 만약 수락하면 법적인 강제력은 없지만 민사재판에서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하지만 티몬이나 해피머니처럼 이미 회생절차에 들어간 회사의 경우, 조정 결정을 수용한다고 해서 소비자 피해가 바로 복구되기는 어렵다.
티몬이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인수 예정자인 오아시스마켓이 낼 인수대금은 총 116억 원이며, 이 가운데 102억 원만이 채권자 변제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는 전체 채권액 약 1조2천억 원의 0.8%에 불과한 금액이다. 특히 티몬으로부터 정산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 채권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보유한 포인트나 캐시까지 환급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피머니도 마찬가지다. 아직 인수 의사를 밝힌 회사가 없어 회생 절차가 더딘 상황이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회생계획도 사실상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위메프는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고, 지급보증 예치금이 비교적 충분하다는 점에서 조건이 충족되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환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 플랫폼이 소비자로부터 받은 선불금(포인트, 상품권 등)을 얼마나 안전하게 보관하고 환급 책임을 다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게 한 계기였다. 소비자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사용할 때 발행사의 지급보증 여부, 환급 구조, 유효기간 등 핵심 조건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도산하거나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아무리 법적 책임이 있어도 소비자가 실제로 돈을 돌려받는 데는 큰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