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 ‘40세 이준석’ 대통령…나이는 숫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40대 기수론’을 앞세워 2025년 ‘조기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
이준석 의원은 2일 “이제는 낡은 정치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정권이 아닌 시대를 바꾸겠다”고 했다. 그는 다음 달 31일이면 대선 출마가 가능한 만 40세가 된다.
하지만 정작 그의 40대 기수론은 '아직' 허공을 맴도는 구호에 불과하다.
과거 김영삼(YS)과 김대중(DJ)이 주창했던 40대 기수론이 ‘반독재, 민주화’라는 강력한 시대정신과 정치적 비전 속에서 등장했던 것과 달리, 이준석의 40대 기수론은 ‘젊음’이라는 추상적 상징성에만 기대어 있다.
더욱이 최근 개혁신당 내부에서조차 극심한 내홍을 겪으며 당이 와해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그의 리더십이 과연 국가 경영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과거 40대 기수론의 본질은 단순한 세대 교체가 아니라, 정치 세력의 교체였다. 1970년대 YS와 DJ는 박정희 독재체제에 맞서는 개혁 세력으로서 40대 기수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준석은 국민의힘에서 밀려나 개혁신당을 창당했지만, 그의 곁에는 유의미한 동세대 정치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40대 기수론이 성공하려면 동시대 정치인들의 지지가 필수적이지만, 이준석의 40대 기수론은 본질적으로 ‘나홀로’ 선언에 그치고 있다.
그 책임이 오롯이 이준석 개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22대 국회가 역대 최고령 국회로 기록될 만큼 정치권이 신진 정치인을 육성하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40대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여야 정당의 책임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곧 이준석이 정치적 기회를 잡기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가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과 비전을 갖추었느냐는 점이다.
그동안 이준석의 정치 행보를 되짚어보면, 그는 개혁과 혁신을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이 속했던 정당들에서 반복적으로 내부 갈등을 일으키고 충돌을 빚었다.
새누리당 시절 그는 자신을 정치권에 영입한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직설적인 비판을 가했고,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옮겼다.
이후 국민의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안철수와 충돌하며 바른미래당에서도 분란의 중심에 섰고,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끝에 당을 떠났다. 이제는 개혁신당 내에서도 허은아 대표와 정면으로 맞서며 당내 분열을 키우고 있다.
개혁신당 내부에서도 그의 리더십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는 점은 40대 기수론이 현실에서 힘을 얻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김철근 전 사무총장의 경질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당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에서 비롯되었다.
허은아 대표는 이준석이 김철근을 통해 당 운영을 좌지우지하려 한다고 반발했고, 이 의원 측은 허 대표가 공천에서 배제된 데 대한 불만이라고 맞섰다.
결국 개혁을 외치며 창당한 정당에서조차 권력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그가 대통령이 되어 국정을 운영한다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 내에서 이준석을 두고 ‘원칙주의자’와 ‘아집’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젊은 정치인의 패기와 개혁 의지를 강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갈등을 조율하고 타협하는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보수 정당의 최연소 당수였던 그가 정치적 경력을 쌓아가면서 만들어낸 것은 ‘혁신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분열의 정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석은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주장하지만, 2030 남성을 주 공략 대상으로 할 뿐 전 세대를 아우르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AI·교육 개혁 등 미래 의제를 내세우지만, 그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나라 살림, 부동산 문제, 가계 부채 등 경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퍼스트 펭귄’이라는 상징적 수사를 반복할 뿐,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 40대 기수론이 강력한 정치적 대의와 구체적인 정책적 비전을 동반했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이 던진 40대 기수론은 결국 정치적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는 미국 존 F. 케네디(43세 대통령 당선)와 버락 오바마(47세 취임) 대통령 같은 사례를 들며 자신이 청년 리더십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두 지도자는 당내 입지를 다지고 강력한 정책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대통령이 되었다.
정치는 협력과 타협의 과정이다. 개혁과 변화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과거 YS와 DJ가 40대 기수론을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단순한 연령 교체를 넘어 강력한 정치적 비전과 개혁 동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준석이 과연 그런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 현재까지의 행보를 보면, 그는 정치적 신념보다는 개인적인 갈등과 정쟁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준석의 40대 기수론이 성공하려면, 단순한 ‘나이’가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능력과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정당을 옮겨 다녔고, 내부 갈등을 반복했다.
이제라도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포용력 있는 리더십과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40대 기수론은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로 남을 뿐이다.
과거 40대 기수론은 시대를 바꾸는 힘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준석의 40대 기수론은 과연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젊음만으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유명한 광고문구 그대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의 정치적 미래는 이제 ‘변화’ 의 기치와 함께 ‘포용과 협력’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가치와 실질적인 ‘콘텐츠’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