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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천사'는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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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천사'는 누구의 것인가

정우진 기자
입력
마크 곤잘레스와 비케이브 저작권 소송 승자
사진=마크 곤잘레스 홈페이지
사진=마크 곤잘레스 홈페이지

패션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상표권 분쟁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국내 패션 브랜드 커버낫과 리로 유명한 비케이브가 미국 스케이트보더이자 아티스트인 마크 곤잘레스와의 상표권 분쟁에서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 분쟁은 국내 패션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마크 곤잘레스' 브랜드의 상표권과 저작권의 주인을 가리는 사건이었는데, 법원은 최종적으로 마크 곤잘레스의 손을 들어주며, 비케이브의 손해배상 및 상품 폐기를 명령했다.

 

시작은 순조로웠던 협업

2018년 패션 브랜드 '커버낫' 등으로 유명한 비케이브는 일본의 라이선스 기업 사쿠라그룹과 손잡고 마크 곤잘레스의 서명과 도안을 활용한 의류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곤잘레스의 시그니처인 새 모양 천사 그림과 그의 서명(위 사진)이 들어간 제품들은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 결과, 비케이브의 연 매출은 2018년 50억 원에서 2021년 400억 원으로 껑충 뛰는 등 브랜드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윈-윈하는 성공적인 협업처럼 보였다. 하지만 2021년 곤잘레스와 사쿠라그룹 간의 라이선스 계약이 만료되면서 갈등의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와릿이즌'으로의 변신, 그리고 법정 공방

계약 만료 이후에도 비케이브는 사쿠라그룹과 재계약을 맺고 '마크 곤잘레스' 브랜드명을 '와릿이즌(What it isNt)'으로 바꾼 뒤 기존의 인기 상품들을 계속해서 판매했다. 이에 곤잘레스 측은 "비케이브가 자신의 도안을 무단으로 사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하며 판매 중단과 상품 폐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비케이브는 "사쿠라그룹이 곤잘레스로부터 정당하게 권리를 넘겨받았고, 자신들은 사쿠라그룹과의 계약을 통해 도안을 사용할 권리를 얻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들은 일종의 '권리 계약의 후속 계약'이므로 자신들의 행위가 합법적이었다는 것이었다. 

 

법원의 판단은 1심에서 이번 대법원까지 동일했다.

 

저작권과 상표권, 그리고 '부정경쟁방지법'

1심 법원은 비케이브가 곤잘레스의 저작권과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엔젤' 도안은 곤잘레스가 독자적으로 창작한 저작물이라고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비케이브가 이 도안을 복제·전시·배포한 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판시하고, 비케이브가 '와릿이즌'으로 브랜드명을 바꾼 후에도 곤잘레스의 서명을 계속 사용한 행위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비록 이름을 바꿨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곤잘레스의 브랜드로 인식하게 만들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단, 곤잘레스가 발표한 앨범 제목이기도 했던 '와릿이즌'이라는 문구 자체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단순한 문구는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은 곤잘레스 측의 주장 중 일부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유일한 부분이다.

사진=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커버낫 티셔츠
사진=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커버낫 티셔츠

◆대법원도 다르지 않았다

1심과 항소심의 판결은 비케이브가 곤잘레스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했으며, 부정경쟁 행위로 소비자를 혼동시켰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되었다.

 

대법원 재판부 역시 하급심의 판단이 옳았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며 비케이브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비케이브는 곤잘레스의 '엔젤' 도안과 서명이 들어간 제품을 더 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되었으며, 해당 제품들을 모두 폐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또한 사쿠라그룹이 비케이브에 곤잘레스의 지적재산권을 넘겨주지 못했다는 원심의 판단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확인했다. 복잡한 라이선스 계약 관계 속에서 비케이브가 주장했던 '합법적인 권리'는 결국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라이런스 계약에 관련해 국내 패션 업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다. 라이선스 계약이 만료된 이후에도 원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며 브랜드를 유지하면 안 된다는 것.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패션기업에게 매우 기본적인 원칙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줬다.

 

'날개 달린 천사'는 분명 마크 곤잘레스의 창작물이었고, 그에 대한 권리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 법원 판결의 핵심이다. 

 

앞으로 패션을 포함한 기업들은 각종 라이선스 계약 만료 후의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투명한 계약 관계를 더욱 꼼꼼히 챙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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