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연료 대표이사 불법, 주주들이 바로 잡았다

"조강지처가 좋더라, 썬연료가 좋더라~"
이런 광고 노래로 유명한 부탄가스 썬연료를 만드는 회사 태양의 대표이사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는데, 회사가 나서지 않자 주주들이 직접 나서서 96억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대법원이 이를 최종 확정하면서 앞으로 대표이사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주주가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건은 태양의 현창수 대표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다른 부탄가스 회사들과 가격담합(경쟁업체끼리 몰래 가격을 정하는 불법행위)을 한 데서 시작되었다. 이 불법행위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태양에 과징금 160억원을 물렸고, 현창수 대표 개인도 벌금 1억 5천만원을 받았다.
문제는 이렇게 회사가 큰 손해를 입었는데도 현창수 대표가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주들이 2018년 회사에 "대표를 고소하자"고 요구했지만 회사 측이 거부했다. 그러자 주주들이 직접 주주대표소송(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경영진을 고소하는 제도)을 제기했다.
재판 결과는 주주들의 완승이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든 법원이 주주들 편을 들었다. 법원은 현창수 대표가 과징금과 벌금을 합친 총 손해 161억원 중 60%인 96억 66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60%는 현창수 대표의 책임 정도를 법원이 판단한 비율이다.
주주들은 다른 문제도 제기했지만 일부는 인정받지 못했다. 경업금지 위반(대표가 경쟁회사도 함께 운영하는 것)과 사익추구(개인 이익을 위해 회사 기회를 빼앗는 것) 혐의였는데, 법원은 실제로는 사업 분야가 달라 경쟁관계가 아니고 개인 이익을 추구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미는 회사 대표가 불법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때 주주가 직접 나서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는 것이다. 주주대표소송 제도 자체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실제로 대표이사의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 주주들이 직접 승소한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한다.
상법을 전문으로 하는 한 로스쿨 교수는 "대법원이 경영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주주가 직접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며 "앞으로 기업 내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 장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회사가 나서지 않아도 주주들이 직접 나서서 잘못된 경영진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지배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