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 법률 시장 AI 도입…변협의 ‘결사 반대’를 반대한다
리걸 테크 반대 변협, 기득권 수호
AI 거대한 물결, 상생 방법 찾아야

AI(인공지능)가 글로벌 법률 시장을 바꾸기 시작한 건 '오래된 미래'다.
글로벌 법률 시장에서 IT와 법률을 결합한, 이른바 ‘리걸 테크’(legal tech)의 매출 규모는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는 시장 규모를 2023년 기준으로 약 200억 달러(약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이 예상되며, 2025년에는 30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본다.
리걸 테크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AI분야는 법률 시장에서 법과 판례 등 자료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하루가 다르게 자리 잡고 있다.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AI 기술은 변호사와 법률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보수적인 대응은 이러한 기술 도입을 가로막고 있으며, 대한민국 법률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AI대륙아주'에 과태료 부과한 변협
2023년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AI 기반의 24시간 법률 Q&A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대륙아주’를 출범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법률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변호사들의 업무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변협은 최근 이를 변호사 광고 규정 위반으로 간주하며, 대륙아주에 과태료 1천만 원을 부과하고, 대표 변호사들에게도 각각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사건은 AI 기술이 법률 시장에서 환영받아야 할 혁신적 도구가 아니라 규제와 징계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변협의 이러한 대응은 기술 발전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기득권 수호에 급급한 행태로 비춰진다.
◆대한변협의 보수적 태도
변협은 AI를 비롯한 IT와의 결합이 법률 시장의 경쟁 구조와 기존 변호사들의 직업적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판단하며, 새로운 기술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8년 출범한 ‘로톡’과 변협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로톡은 법률 상담 및 변호사 연결 플랫폼으로,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변호사들의 광고와 상담을 온라인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변협은 로톡의 운영이 변호사법 및 변호사 윤리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 2021년 로톡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가장 큰 이유는 로톡이 변호사 광고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로톡 측은 변협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변협의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로톡의 서비스가 변호사법에 부합하지 않으며, 변호사 광고 규정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결론 내렸다.
◆리걸 테크 변호사들 “소비자 존중, IT는 보조”
그럼에도 일부 변호사들은 로톡을 포함한 AI 기반 법률 서비스는 단순히 기존 변호사들의 업무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보조 도구로 기능한다고 본다.
변협은 이러한 기술적 변화를 혁신의 기회로 삼기보다는 제재의 대상으로 삼는 경직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리걸 테크를 지향하는 변호사들은 AI가 법률 서비스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들에 따르면 아울러 소비자들은 법적 문제 해결을 위한 초기 상담을 더욱 저렴하고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AI 기술은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어 더 많은 사람들이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다. 24시간 운영되는 AI 기반 법률 플랫폼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규모 기업과 개인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다.
변호사 입장에서도 AI는 변호사의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고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AI는 수천 개의 계약서를 분석하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탐지할 수 있으며 수많은 판례와 법령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해 적합한 사례를 제공한다.
또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 분석을 통해 법률 서비스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인간 변호사의 주관적 판단에서 벗어나, 데이터 중심의 정교한 결과를 도출한다.
따라서 변협의 규제는 이러한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며, 법률 서비스를 다시 고비용의 특권적 영역으로 제한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변협, ‘법률 소비자' 목소리 들어야
리걸 테크는 전 세계적으로 법률 시장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산업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AI 도입이 법률 서비스의 표준화와 효율성 증대를 가져오고 있다.
변협의 대응은 대한민국 리걸테크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저해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변협의 대응은 AI 도입을 기술 발전이 아닌, 기득권을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하는 행태로 보인다.
이는 법률 서비스의 소비자와 그 시장의 발전보다는 특정 직역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변호사들의 ‘밥그릇 싸움’에 소비자들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말이다.
AI 법률 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법률 서비스의 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변협의 규제는 소비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법률 시장의 혁신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변협은 소비자 권익을 중심에 두고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변협은 기술의 도입이 소비자의 법률 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변협은 기술의 도입을 저지하려는 방어적 태도에서 벗어나, AI와의 협업을 통해 법률 시장의 미래를 개척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AI가 대한민국 법률 시장의 혁신과 발전을 이룰 핵심 동력이 되는 걸 막는 변협의 반대를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