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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서울의 밤’
비주얼

다시 보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서울의 밤’

이승재 기자
입력
수정2025.02.04 04:58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서울의 밤.사진=한국사진기자협회 제공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서울의 밤.사진=한국사진기자협회 제공

한국사진기자협회(회장 이호재)3일 제61회 한국보도사진전 수상작을 발표했다. 대상에 조선영상비전 김지호 기자의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서울의 밤이 선정됐다.

 

이 사진은 지난 202412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본관에 배치된 군인들이 국회를 지키려 모인 사람들과 대치하는 모습을 담았다. 비상계엄 당시의 상황을 가장 잘 포착한 작품으로 평가받아 대상에 선정됐다.

 

이날  밤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결코 잊히지 않을 비극의 순간으로 남았다. 국회 본관 앞을 가득 메운 군인들의 방탄모와 소총, 그리고 그들과 대치하던 국민들의 분노에 찬 얼굴이 이 땅의 민주주의가 어떤 위기를 마주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진 속 군인들은 자신의 임무, 영문도 모른 채 상관의 명령에 따라 국회 본관을 막고 있다. 그들은 이 광경이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자신들이 권력의 도구로 이용당했던 상황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터.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은 철통같은 방어벽으로 둘러싸였고, 밖에서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차가운 밤공기를 뚫고 민주주의를 외쳤다.

 

민주주의의 심장인 국회, 그 심장의 박동을 멈추려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시대를 거스르는 폭력적인 결정이었고,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오히려 국민에게 겨누는 무모한 선택이었다.

 

사진 속 군인의 헬멧 아래 숨겨진 얼굴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그들의 눈앞에 선 국민들은 단순히 명령에 따라 막아야 할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은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었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대치한 이들이지만,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임을 생각하면 그 장면은 더욱 참담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한 번 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일이 "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궤변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국회를 군인들이 막고 국민이 거리에서 이를 항의하는 상황, 이 광경은 분명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였고, 우리의 역사에 새겨진 또 하나의 깊은 상처다.

 

다시는 이런 밤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국민은 침묵하지 않았다. 수많은 시민이 국회의사당 앞으로 모여든 것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들의 외침은 단순히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향한 절규였다.

 

12월 3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은 멈출 뻔했다. 하지만 국민의 의지가 이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이 땅에서 민주주의는 결코 권력자의 소유물이 될 수 없으며, 국민의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역사는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다시는 이런 밤을 만들지 않아야 겠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나라다. 이 사진은 그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는 강렬한 증언이다.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서울의 밤’을 다시 본다.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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