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 대한민국 의사 연봉의 정상화

최근 대법원이 응급의학과 레지던트(수련의사) 3명에게 미지급 연장 근로 수당 1억 7천만 원대 지급을 최종 판결한 것은 한국 의료계의 오랜 관행에 결정적인 제동을 건 사건이다. 이 판결은 레지던트의 살인적인 주 100시간 이상 노동을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할 수 없으며, 이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엄연한 노동자'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레지던트에게 마땅히 줘야 할 돈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 뒤에는 한국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즉, 전문의가 된 후 누리게 될 지나치게 높은 소득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다.
현재 레지던트가 주 100~120시간의 초장시간 노동 끝에 연봉 4000만~6000만 원을 받는다면, 전문의가 되는 순간 그들의 소득은 OECD 최고 수준으로 급상승한다.
이러한 고액 연봉 구조와 의사들 사이의 소득 불균형을 야기하는 핵심 원인은 다음 세 가지로 꼽힌다.
◆'의사 공급 부족'과 연봉의 폭증
의사 공급 부족은 연봉을 밀어 올리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2025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5명으로 OECD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반면, 고령화(65세 이상 인구 20% 돌파)로 인한 의료 수요는 매년 7%씩 폭증하고 있다.
하지만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오랫동안 동결되어 왔으며, 2025년 증원(2,000명) 효과는 최소 2031년에나 시장에 반영될 수 있다.
이 구조적 불균형은 병원들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특히 지방이나 기피과에 '프리미엄'을 붙여 연봉을 경쟁적으로 올리게 만들었다.
이 결과, 전체 의사 소득은 지난 6년 새 45%나 급증하며 전문의들의 고액 연봉 구조를 공고히 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백년대계인 교육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근원이 되고 있다.
◆비급여 의료 시장의 '황금알' 수익 구조
국민건강보험 중심인 한국 의료 시스템 내에서도 비급여(미용, 첨단 시술 등) 분야가 전체 진료비의 약 20%를 차지하며 인기과의 소득을 폭등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한다. 안과 라식(건당 200만 원)이나 피부 레이저(50만 원) 등은 환자 부담이지만 실손보험으로 수요가 폭발하며 엄청난 수익을 창출한다.
인기과의 경우 의사 70% 이상이 비급여로 소득을 올리며, 이는 비급여 의존도가 낮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고임금 구조를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반면 생명을 다루는 필수과는 급여 중심으로 보상이 낮아, 의사들 사이에 '돈 되는' 비필수 진료과로의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엘리트 프리미엄' 회수 심리
의사가 되기까지의 10년 이상(의대 6년 + 인턴 1년 + 레지던트 4년)에 걸친 고비용·고강도 수련 과정은 막대한 투자로 인식된다. 레지던트 시기에 견딘 후 전문의가 된 후 변호사(평균 1.1억 원)나 엔지니어(8천만 원) 대비 3배 이상의 소득으로 투자 비용을 회수해야 한다는 심리를 형성한다. 지방 병원들은 이 '희소성'과 '엘리트 프리미엄'을 이용해 연봉 4억 원을 제시하며 인력을 유인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레지던트 연봉의 정상화가 시작된 만큼, '의사 엘리트 프리미엄'은 대한민국에서 사멸해야 한다. 의사는 우리 건강과 생명 유지를 돕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노동자 중 한 사람이다. 의대 입학부터 개업 혹은 채용에 이르는 모든 일련의 과정에서 고액 연봉 의사가 되는 일 역시 정상적인 노동의 대가만 지불하면 된다. 왜 의사가 대한민국에서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직업이 돼야 하는가?
대법원의 판결이 레지던트의 '노동 착취'를 막는 첫 단추였다면, 이제 정부와 의료계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의사 소득 구조의 합리적 조정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의사 공급 부족이 높은 연봉의 주된 이유인 만큼, 2025년 의대 증원 효과가 나타나는 2030년대에는 인기과의 연봉이 부분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정부는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한편, 국민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비급여 진료 중심의 고액 연봉 구조에 대해 규제 강화와 실손보험 개혁 등을 통해 조정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 노동자들 전체의 '더욱' 공정한 연봉 체계 구축 또 '공공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레지던트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의사들 연봉을 재조정하는 시스템 개혁이 절실하다.
세제 개혁 등! 그래야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K 공공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