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민주당 MUST] 對트럼프…당당한 '먹고사니즘'
이재명 대통령이 6일로 취임 사흘째를 맞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는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국의 새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의 첫 공식 일정으로 미국 대통령과 유선 통화를 진행해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알리는 메시지를 내왔다. 이재명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인수위 없이 곧장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 당일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통화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2022년 3월 10일 당선 직후 불과 5시간 만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했다.
그러나 이번엔 예외다.
트럼프는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최근까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각각 통화했고, 5일에는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접견했다.
무엇보다 6월 1일 치러진 폴란드 대선에서 야권 후보인 카롤 나브로츠키의 당선 직후에는 직접 “폴란드가 위너(winner·승리자)를 뽑았다”고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나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취임 나흘이 지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아무런 말이 없고, 우리 정부는 "조율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같은 트럼프의 ‘침묵’은 특유의 외교 전략이다. 트럼프의 책 '거래의 기술'을 관통하는 주제는 거래는 곧 게임이고, 그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적 갑질', 트릭을 써야 한다는 것.
현재 트럼프는 철저히 이재명 대통령을 전략적으로 하대(下待)하고 있다. 의전과 통화 순서를 통해 한국 대통령을 우선순위에서 의도적으로 밀어내고 있으며, 이는 한미 간 게임에서 자신이 우위를 점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다.
'대한민국 이재명이 먼저 요청하면 통화하지 뭐'라는 생각, 계산된 무시다. 트럼프는 상대국 지도자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먼저 절박하게 다가오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쥔다. 이번에도 이재명 대통령에게 우선권을 주지 않음으로써 외교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노선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 그는 후보 시절부터 미국 중심주의와의 거리 두기, 기술 이전 요구, 방위비 분담금 현실화를 강조해왔다. 이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와 부딪칠 수밖에 없는 메시지다. 트럼프는 이재명을 동맹국의 지도자보다는 ‘협상 상대’로 인식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럴수록 이재명 대통령은 '발 동동' 구르지 말고 능동적으로 외교를 설계해야 한다. 트럼프가 먼저 반응하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 키워드는 ‘정정당당’과 ‘먹고사니즘’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써온 단어 '정정당당'은 공정과 원칙, 도덕적 정치의 상징이다. 트럼프식 비정치적 거래 외교에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차용해야 한다. 정정당당한 모습과 언행을 트럼프에게 보여줘야 한다. 또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존심만 내세울 수는 없을 터. '먹고사니즘'을 무기로 지녀야 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출마부터 내걸어온 민생 최우선 정치의 실천 구호다. 이 '먹고사니즘'을 트럼프와의 게임에도 적용해 "미국과 한국 둘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힘줘 말하는 거다.
양국 간 주요 의제는 관세, 방위비 분담, 원전 수출, 반도체 협력, 북핵 대응 등 정치경제적으로 무수히 많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트럼프의 돌발 행동에 일일이 반응하기보다 선제적 의제 설정과 실리 외교로 승부해야 한다.
과거 트럼프를 상대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말했다. "정치외교도 상상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2019년 트럼프와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은 트윗(지금의 X) 하나에서 시작됐다. 외교는 형식이 아니라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곧 하게 될 전화 통화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를 만날 그날, 한국은 정정당당과 먹고사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말을 걸어야 한다.
외교의 침묵은 메시지다. 그 침묵을 깨는 첫 문장은 이재명의 상상력이 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