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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들] ②2024-25 'PL 황금손' 다비드 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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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들] ②2024-25 'PL 황금손' 다비드 라야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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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라야. 사진=아스날 홈페이지
다비드 라야. 사진=아스날 홈페이지

2024-25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문지기는 단연 아스널의 다비드 라야(David Raya)였다. 그는 노팅엄 포레스트의 마츠 셀스(Matz Sels)와 함께 나란히 13경기 무실점이라는 대단한 기록으로 프리미어리그 골든 글러브를 공동 수상했다.

 

그의 영입과 주전 골키퍼 기용을 '신의 한 수'라고 표현한 아스널 아르테타 감독의 혜안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라야는 리그 38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0.89실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아스널의 굳건한 방패가 되었고, 그의 발끝에서 시작되는 빌드업과 안정적인 선방은 아스널의 전술적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라야와 셀스 외에도 에버턴의 조던 픽포드가 12경기 무실점으로 리그 정상급 기량을 뽐냈으며, 크리스탈 팰리스의 딘 헨더슨은 11경기, 첼시의 로베르토 산체스와 맨체스터 시티의 에데르송은 각각 10경기의 무실점을 기록하며 치열한 골키퍼 경쟁 속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스페인에서 날아온 거미손

1995915,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다비드 라야는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가정에서 성장했다. 축구와 함께 유년기를 보낸 그는 13세에 코르넬랴 유소년 팀에 입단하며 본격적인 축구 커리어를 시작한다. 코르넬랴는 스페인 내에서도 유망주 발굴에 정평이 나 있는 명문 클럽으로, 라야는 이곳에서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을 받으며 골키퍼로서의 기본적인 기량을 탄탄하게 다졌다.

 

어린 시절부터 라야는 뛰어난 발재간과 넓은 시야, 그리고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한 발로 하는 골키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당시 스페인 축구계는 FC 바르셀로나의 빅토르 발데스를 필두로 발밑 기술이 뛰어난 골키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라야는 이러한 현대 축구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그의 남다른 재능은 곧 잉글랜드 축구계의 눈에 띄게 된다. 2012, 잉글랜드 챔피언십 소속이던 브렌트포드 FC의 스카우터들은 16세의 어린 라야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고, 라야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잉글랜드로 건너가 브렌트포드 유소년 팀에 합류하게 된다. 낯선 환경과 다른 축구 스타일에 대한 두려움보다 성장에 대한 열망이 더 컸던 그의 선택은 훗날 '신의 한 수'로 불리게 된다.

브렌트포드 시절 라야. 사진=다비드 라야 인스타그램
브렌트포드 시절 라야. 사진=다비드 라야 인스타그램

◆브렌트포드를 PL에 입성시키다

브렌트포드 입단 후 라야는 빠르게 성장하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나갔다. 20145, 불과 18세의 나이로 잉글랜드 4부 리그 사우스엔드 유나이티드로 임대 이적하며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에 데뷔한다. 그는 이곳에서 17경기에 출전하며 값진 실전 경험을 쌓았고, 안정적인 활약으로 팀의 승격을 돕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임대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브렌트포드로 돌아온 그는 2019-20 시즌부터 팀의 확고한 주전 골키퍼로 자리매김하며 브렌트포드 팬들의 큰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라야의 활약은 2020-21 시즌에 정점을 찍었다. 그의 빛나는 선방에 힘입어 브렌트포드는 챔피언십에서 3위를 기록, 프리미어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룬다. 라야는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단 1실점만을 허용하는 놀라운 '철벽 방어'를 선보이며 팀의 창단 후 첫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끌었고, 이는 브렌트포드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으로 기록되었다.

 

꿈의 무대인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 2021-22 시즌에도 라야는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31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성공적인 잔류를 이끌었고, 특히 그의 뛰어난 세이빙 능력과 정교한 빌드업 능력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2022-23 시즌에는 38경기 전 경기에 출전하여 11개의 클린시트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리그 정상급 골키퍼로 인정받았다.

사진=다비드 라야 인스타그램
사진=다비드 라야 인스타그램

◆빅4 아스널 감독 신의 한 수

브렌트포드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라야에게 2023년 여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북런던의 명문, 아스널 FC로의 한 시즌 임대 이적이었다. 이적 당시 아스널에는 이미 뛰어난 골키퍼인 아론 램스데일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었기에, 라야의 영입은 축구계에 큰 논란과 궁금증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아스널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라야를 "팀의 전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인 선수"라고 굳건한 신뢰를 보이며, 그의 영입이 단순한 백업이 아닌 전략적 선택임을 강조했다.

 

라야는 아르테타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앞서 부동의 1번 골키퍼였던 애런 램스데일과의 치열한 주전 경쟁을 이겨내고 골문을 꿰찬 그는 특유의 발밑 기술과 안정적인 선방을 바탕으로 아스널의 수비진을 비약적으로 안정시켰다.

 

2024-25 시즌, 라야는 리그에서 13개의 클린시트를 기록하며 브렌트포드의 마츠 셀스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골든 글러브를 공동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무실점 경기를 기록한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상으로, 라야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스페인 대표 수문장, 카시야스의 후예는?

스페인산 골키퍼하면 이케르 카시야스(Iker Casillas). 1999년 레알 마드리드 1군 데뷔 이후 20여년 스페인 축구 문지기의 상징. 그는 UEFA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 라리가 5회 우승, 유로 2(2008, 2012), 월드컵 1(2010)를 거머쥐며 골키퍼 역사상 가장 찬란한 커리어를 쌓았다. 통산 A매치 167경기 출전, 레알 마드리드 725경기 출장이라는 기록은 그를 성스러운 장갑(Saint Iker)’이라 부르게 했다.

 

이제 스페인의 1번 골키퍼는 과연 누가 카시야스의 후계자인가라는 질문의 답으로 정해진다. 2022326세의 나이로 처음으로 스페인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라야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주전은 아니었다.

 

그는 2024-25 시즌 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줬지만 스페인 대표팀 주전 골키퍼는 아직도 우나이 시몬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구단 아틀레틱 빌바오 소속인 시몬은 루이스 데 라 푸엔테 스페인 대표팀 감독의 전술에 완벽하게 부합하며, 대표팀 내에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하지만 다비드 라야는 명실상부, 카시야스의 후계자를 겨냥하고 있다. 그를 현대 축구 골키퍼의 완성형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대 축구 골키퍼에게 요구되는 모든 능력을 최고 수준으로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단순히 공을 막는 것을 넘어 팀의 빌드업과 공격 전개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며, '골키퍼는 첫 번째 공격수'라는 현대 축구의 패러다임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뛰어난 발밑 기술의 소유자다. 라야는 골키퍼 포지션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중앙 미드필더에 버금가는 뛰어난 발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짧은 패스는 물론, 수십 미터를 정확하게 찔러주는 롱볼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며 상대의 강한 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아스널의 공격 빌드업에 큰 도움을 주었다. 특히 그의 킥은 단순한 배급을 넘어 공격의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 팀의 전술적 선택지를 넓혀주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탁월한 선방 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186cm의 다소 평범하다고 볼 수 있는 신장에도 불구하고, 라야는 타고난 민첩성과 빛처럼 빠른 반사 신경으로 놀라운 선방을 연출한다. 특히 골문 안에서 보여주는 순간적인 반응 속도와 11 상황에서의 침착한 판단력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수많은 결정적인 순간 팀을 실점 위기에서 구해냈다.

 

여기에 라야는 강한 압박 상황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멘탈리티를 자랑한다. 침착하게 공을 소유하고 정확하게 패스하며 상대의 전방 압박을 무력화시키는 능력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또한,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수비 라인을 조율하고 지시하는 데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경기 내내 동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여 안정적인 수비진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아스널은 2024년 여름, 라야를 브렌트포드로부터 완전 영입하며 그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이는 아르테타 감독이 그를 단순히 한 시즌을 함께할 골키퍼가 아닌, 아스널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선수이자 전술의 중요한 퍼즐 조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진=다비드 라야 인스타그램
사진=다비드 라야 인스타그램

현재 29세인 다비드 라야는 골키퍼로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행복한 시기다. 최근 그는 오랜 연인이었던 타티아나 트루불(Tatiana Trouboul)과 결혼했다. 그녀는 고향이 같은 바르셀로나 출신의 모델이다.

 

다른 포지션에 비해 선수 생명이 긴 골키퍼의 특성을 고려할 때, 특별한 부상이 없다면 그는 앞으로 10년 가까이 최정상급 경기력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활약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키퍼를 넘어 이제 세계 최고의 골키퍼 반열에 오르고 있으며, 현대 축구에서 '완성형 골키퍼'가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도 계속 보여줄 것이다.

 

◆통계 및 주요 기록 정리

▷클럽 경력 통계

☞브렌트포드 (2012-2023)

총 경기: 161경기

주요 수상: 챔피언십 승격 (2021)

☞아스널 (2023-현재)

총 경기: 41경기 (2024-25 시즌 기준)

주요 수상: 프리미어리그 골든 글러브 (2025)

▷국가대표팀 경력

스페인 국가대표팀 (2022-현재)

총 경기: 4경기 (2024727일 기준)

주요 수상: 2022 카타르 월드컵 참가

▷개인 수상 경력

프리미어리그 골든 글러브 (2025)

▷주요 기록들

2024-25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 클린시트 기록 (13)

브렌트포드 창단 첫 프리미어리그 승격 주역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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