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5년"…사상 최고 횡령사고 BNK경남은행 전 간부

고객이 은행에 맡긴 돈 3,089억 원이 사라졌다. 그것도 14년 동안 한 은행 간부의 손을 통해서.
BNK경남은행 투자금융본부장이던 이모 씨는 200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14년 동안 77회에 걸쳐 출금전표와 대출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회사 돈을 빼돌렸다. 이 씨가 빼돌린 돈은 3,089억 원이었다. 연평균 220억 원, 한 달에 18억 원, 하루에 6천만 원꼴이었다. 대한민국 단일 회사 횡령 역사 상 최대 금액.
이 돈으로 이 씨 가족은 서울 삼성동에 살면서 초호화 생활을 만끽했다. 이 씨는 유령 페이퍼컴퍼니 계좌, 차명 계좌, 현금으로 자금을 분산시켜 사용했다. 고급 오피스텔, 수입차, 골프회원권, 가족 유학비, 명품 소비 등에 회삿돈이 흘러들어갔다.
검찰 수사에서 적발됐을 당시 김치통 속에서 발견된 금괴는 101kg에 달했고, 현금 45억 원, 미화 5만 달러, 상품권 4,100만 원도 함께 나왔다. 금괴의 시가는 159억 원이었지만, 대법원은 재판 선고 시점 가격으로 재산정해야 한다며 추징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즉 금값이 많이 올라 추징금을 더 올리라는 취지다.

이 씨는 시행사 직원으로 위장해 허위 서류를 만들어 대출금을 횡령하거나, 시행사가 은행에 송금한 대출 원리금 상환 자금을 빼돌렸다. 2014년 1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0회에 걸쳐 2,286억 원을 빼돌렸고, 2008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는 803억 원을 단독으로 횡령했다.
이 씨의 범죄는 가족, 지인이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고교 동창인 한국투자증권 전 직원 황모 씨가 자금 인출과 세탁을 도왔는데, 그는 징역 10년과 추징금 11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 씨의 아내는 자금 은닉을 도운 혐의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이 씨의 친형과 직원 등 7명도 자금 세탁과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이런 장기간, 거액의 횡령이 이뤄졌음에도 BNK경남은행은 이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이 씨가 대출 승인과 자금 인출 권한을 동시에 가진 본부장이었고, 허위 서류가 내부 감사와 외부 회계감사 모두를 통과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대법원 형사3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징역 35년을 확정했다. 이는 한국 금융 범죄 역사상 최장기형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 돈은 얼마나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씨가 은닉한 자산 중 일부는 회수됐지만 2,000억 원 이상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일부는 부동산 투기, 해외 유학비, 생활비, 사치품 구매 등에 사용돼 복구가 어렵다는 평가다.
BNK경남은행 3,089억 횡령 사건은 한국 금융권 내부통제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금융당국은 경남은행에 일부 영업정지와 과태료 처분,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권고했다. 하지만 3,000억 원대 자산 손실에 대한 책임, 피해 복구, 내부 통제 개선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