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력
건강 칼럼
[이승재 칼럼] 제주 비자림을 맨발로 만났습니다
이승재 기자
입력
수정2024.11.12 05:10
가
[이승재 칼럼] 제주 비자림을 맨발로 만났습니다
비자림은 제주도 구좌읍 평대리에 위치한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된 숲입니다. 이 숲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비자나무(학명: Torreya nucifera)들이 밀집해 자라고 있는 곳으로, 제주도의 중요한 생태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
비자림은 연평균 기온 16.5°C, 연평균 강수량 1,500mm의 온난 습윤 기후를 가지고 있어, 비자나무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곳이 최근에는 맨발걷기 애호가(맨발러)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3일 오후 4시쯤 찾은 비자림에서 제주의 무더위를 잊을 수 있었습니다.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를 폐 저 안쪽 끝까지 깊이 들이마시고 다시 천천히 오래 내뱉으며 비자림을 맨발로 걸었답니다.
비자림은 총 면적 약 448,000m² (약 45헥타르)에 달하며, 이곳에는 약 2,800여 그루의 비자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이 비자나무들은 나이가 최소 500년에서 최대 800년에 이르러, 그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큽니다.
비자림은 그 독특한 생태 환경으로도 유명합니다. 비자나무 외에도 다양한 식물종들이 함께 자라며, 풍부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록활엽수림 지역으로서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비자나무 외에도 고로쇠나무, 서어나무, 자작나무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비자림에서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에 있는 다양한 경혈점을 자극하여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입구 근방에는 비교적이 길이 평탄하고 돌멩이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비자림에는 총 길이 약 2.7km의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숲 속을 걸으며 자연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탐방로는 완만한 경사로 구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습니다.
뱀과 벌도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 겁 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초반에는 맨발걷기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500m 정도 지나면서 돌밭이 자주 등장합니다. 때문에 초보 맨발러 분들은 더 조심해서 천천히 걸으시길 권합니다.
대표 비자나무입니다. 웅장한 자태가 나무에 대한 경외심을 들게 합니다.
비자나무는 한국 고유종으로, 그 목재는 매우 단단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아름다운 결을 가지고 있어 예로부터 건축 재료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조금 더 가면 연리지가 나타납니다. 연리지는 두 나무가 각자 다른 뿌리에서 자라면서도 어느 순간 서로의 가지가 맞닿아 마치 하나의 나무처럼 이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이 특별한 현상은 마치 운명처럼 만나 하나가 되는 사랑을 상징하지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하나가 되는 것과 닮아 있습니다.
연리지는 서로 다른 두 개체가 하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완전한 사랑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두 나무는 서로에게 기대어 자라며, 고난과 시련을 함께 견디면서 더욱 단단해집니다. 이는 마치 연인들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잠시 쉬어가는 돌벤치도 매우 제주스럽습니다.
중간중간 약수터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절대 발을 씻지 마시고요. 비자림 매표소 맞은편에 발 씻을 곳이 마련돼 있습니다.
비자림에서 맨발로 걸으며 화산석과 그 흙으로 이뤄진 제주도 대지의 기를 온몸으로 받았습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라고 하지요. 이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비자림에서 맨발로 걷는 한 시간 동안 강렬한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지요. 그러니 강도와 빈도를 따지기보다는, "아~ 좋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행복한 순간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느끼고 사는 게 중요하겠다 싶네요.
그렇게 '내 나름'의 강하고 작은 행복들이 쌓여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지 않을까요?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