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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 누가 시민의 산책을 가로막는가
이승재 기자
입력
수정2024.11.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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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 누가 시민의 산책을 가로막는가
2024 고양세계꽃박람회 핑계, 시민 산책로 펜스 가로막아
이동환 고양시장 사과하고 재발방지책 마련해야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한 일산호수공원은 ‘공원’을 위해 ‘만들어진’ 국내 최초 인공호수를 둘러싼 평화로운 공간이다.
이전까지는 댐 건설로 인해 상수원보호구역을 관광지로 꾸미거나, 기존에 있던 호수나 저수지 주변을 관광지화 한 정도에 불과했다.
90년대 초반 신도시가 들어설 때부터 공원 총면적 103만㎡, 호수 면적은 30만㎡로 설계됐다.
정식 개장일은 96년 5월 4일, 이후 대형 음악분수대 등이 설치되면서 고양시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관광명소다.
2024년 4월 20일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모습. 사진=이승재
하루 평균 10여만명의 고양시민, 방문객들이 산책, 달리기, 피크닉 등을 위해 찾는다. 고양시민 뿐 아니라 수도권 시민들의 안식처와 같은 곳이다.
외국인 관광객과 파주, 포천 등지 외국인 노동자들도 주말, 평일 가리지 않고 많이 찾는 글로벌한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이런 호수공원에 ‘철책 산성’이 산책로를 따라 등장했다. 많은 시민들이 즐기는 호숫가 산책로 중간에 뜬금없이 철제 펜스가 들어서 호수공원 애호가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사진=이승재
심지어 차량이 오가는 주차장 일부를 ‘대체 산책로’라며 시민들을 사고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이유는 ‘2024 고양국제꽃박람회’ 때문이다.
2024년 고양국제꽃박람회는 4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17일간 일산호수공원 일원에서 개최되며, ‘지구환경과 꽃(Flower in the Earth)’이라는 주제로 30개국 50개 도시 200여 업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 박람회는 1997년 첫 개최를 시작으로 3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는 국내 최대 꽃박람회로, 세계 각국의 화훼류와 화훼 신상품을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이벤트다.
쉽게 볼 수 없는 희귀 식물 전시, 화훼 조형 예술로 꾸며지는 실내 정원, 다채로운 야외 테마 정원, 화훼 문화 체험 프로그램, 꽃꽂이 경진 대회 등 꽃 문화 행사, 풍성한 공연·이벤트, 농가가 직접 재배하여 판매하는 화훼 판매장 등 볼거리, 즐길거리 가득하다.
그야말로 꽃축제다.
꽃박람회가 열리는 기간을 앞두고 고양시는 매년 일정 구역을 유료 입장객만 다닐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곳곳에 게이트를 설치하고, 유료 입장객들을 맞이 한다.
그런데 이번 2024년 박람회는 그 공간이 대폭 확대됐다.
‘철책 산성’이 호수공원 일원에 대거 설치된 이유다.
공원 산책로와 자전거길 한 바퀴는 줄잡아 6㎞에 달하는데 과거 박람회는 약 1㎞ 가량만 통제했다.
주로 메인 전시장과 그 주변 판매부스 등을 중심으로 펜스를 치고 입장객들을 맞이했다.
그러나 이동환(국민의힘) 고양시장이 당선된 2021년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꽃박람회는 그 통제 구간이 거의 2배 가량 늘어났다.
때문에 거의 매일, 매주말 호수공원을 찾는 고양시민을 포함한 '호수공원 애호가'들은 요즘 뿔이 났다.
사진=이승재
어느날 갑자기 내가 다니는 산책로가 막히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꽃박람회 때문이라면 고양시장을 욕할 수밖에.
펜스에 막힌 한 시민은 근무 중이던 외부용역업체 직원에게 이렇게 묻는다.
“아니 여길 막으면 대체 어디로 가라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저쪽 주차장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죄송하다는 사과는 고양시가 해야한다. 이런 사정이 있다면 '사전'에 '충분히' 고양시민을 상대로 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그 결정에 대한 폭넓은 홍보를 했어야 했다.
한 달여전 호수공원 곳곳에 산책로가 줄어든다는 입간판만 설치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 소속 고양시장의 무능과 불통, 독선은 그 누구와 매우 닮아 있다.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