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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 가난한 사법부…대국민 법률 서비스 ↓
이승재 기자
입력
수정2024.11.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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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날아다니는 사법부 건물 ‘가난한 법원’으로 인해 법률 서비스 저하 우려
[이승재 칼럼] 가난한 사법부…대국민 법률 서비스 ↓
참새가 날아다니는 사법부 건물
‘가난한 법원’으로 인해 법률 서비스 저하 우려
2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 본관 뒤편 법원도서관 3층 복도에 참새 한 마리가 날아다녔다.
3층 남자 화장실에 이런 사진이 붙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참새를 막으려면 방충망 등을 설치하면 될 텐데 이렇게 창문만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했었다.
최근법률신문의 기획 시리즈 ['예산 푸어' 사법부]를 보고 납득이 될듯했다.
법률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사법부 예산이 전체 국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3%에 그쳤다.
올해 사법부 예산은 2조1738억 원으로, 전체 국가 예산(656조6000억 원)의 0.33%를 차지했다.
이는 2014년 0.42%에서 10년 간 21.4% 감소한 수치다.
아울러 전체 국가 예산이 2014년 355조8000억 원에서 올해 656조6000억 원으로 84.5%(약 300조 원) 오르는 동안 사법부 예산은 2014년 1조4802억 원에서 올해 2조1738억 원으로 46.9%(6936억 원) 증가에 불과했다.
이 시리즈에 따르면 사법부가 관리하는 전국 법원 시설(사법연수원, 법원공무원교육원 포함)은 181곳, 등기소는 111곳, 등기국 11곳에 이르지만 시설관리 예산은 인구 5만 명 미만의 군소 지방자치단체의 시설 및 부대비 예산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1498억2100만 원으로 2016년(1665억4100만 원)보다 10.0% 줄었다. 이는 주민 수 3만 명(2021년 기준) 규모 도서 지역인 어느 군 예산(1556억4200만 원)보다 50억 원 이상 적은 숫치다.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더욱 심각한 지경이다.
보도에 따르면 전국의 법원 청사 68곳 중 지은 지 20년 이상 지난 ‘노후 청사’는 32곳(47%)에 이른다. 하지만 청사 유지관리를 위한 예산은 2021~2024년 연평균 1.7% 상승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건설공사비 지수는 연평균 4.5%, 건설노임단가는 6.5%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된 것이나 다름없다.
법원이 요청한 유지보수 예산 대비 실제 배정액은 △2021년 58.8% △2022년 60.4% △2023년 52.5%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 사진=이승재
시설 관리에 들어가는 예산이 이렇게 적다보니 법원 건물에 참새가 들어오는 해프닝까지 벌어진 것이다.
법원이 요청한 시설 유지보수 예산 대비 실제 배정액은 지난해 52.5%로 절반 수준에 그쳐전국 200여 법원 시설 관리에 최소한의 보수만 하고 있다.
시설 뿐 아니라 법원행정처에서 관리하는 법원의 인사, 예산, 회계, 통계, 송무, 등기, 가족관계등록, 공탁, 집행관, 국선변호인, 법무사, 법령조사 및 사법제도연구 등 다양한 사법행정 관련 업무에 충분한 자원이 배분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기획재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법원의 예산 문제는 쉽게 풀릴 사안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3년 10% 정도 줄어든 국세 수입이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난한 법원’이 사법 기능 수행에 필수적인 자원의 부족으로 이어지며, 법원 시스템 전반에 대한 효율성과 신뢰성을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대국민사법서비스 개선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걱정한다.
한편, 2023년 주요 선진국 국가 총예산에서 사법부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나라 0.33%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23년 미국 사법부의 재량 예산 요청액은 약 377억 달러(한화 약 51조8천억여원)로, 이는 2023 회계연도 미국 연방 예산의 총액인 6조 1천340억 달러 중 약 0.6%를 차지한다.
영국의 경우 115억 파운드(한화 약 19조7천억여원)로, 전체 정부 지출 1,189억 파운드의 약 0.97%에 해당한다.
가장 높은 비율은 프랑스인데, 사법부 예산은 2023년에 91억 유로(한화 약 13조 4천억여원)로, 전체 국가 예산 6030억 유로의 약 1.5%다.
가난한 법원이 가져오는 사법 서비스의 질 저하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귀결된다.
억울한 서민, 더 많은 약자들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사법부의 지갑’을 채워야하지 않을까.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