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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 기재부 출신 초선 당선인들에게
이승재 기자
입력
수정2024.11.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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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 기재부 출신 초선 당선인들에게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초선 국회의원 중 소위 ‘경제통’으로 분류되는 당선자는 분류 기준에 따라 다 다르다.
경제통이란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그 기준이 제각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기업 출신도 자기 전공 분야가 있기 때문에 기업인 출신을 모두 경제통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또 기업에 있었던 변호사를 넣기도 하고, 과학기술자를 경제통으로 부르는 이도 있다. 미사일 개발을 하던 탈북자 출신을 포함시키는 곳도 있다.
이들을 다 포괄해 이른바 ‘경제통’으로 통칭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누가 뭐래도 경제통이라고 부를 수 있고,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경제통 당선자’들은 어디 출신일까.
대한민국 경제 정책의 최고 핵심 기구, 바로 기획재정부일 터.
기획재정부는 대한민국 정부 부처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가의 재정과 경제 정책을 총괄하며,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국가 예산 및 세제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한민국 경제 정책의 시작과 끝, 알파이자 오메가다.
매년 국가 예산안을 작성하고 이를 국회에 제출하는데, 기획재정부의 심사와 조정을 거쳐 편성된다. 2024년 우리나라 예산 656조9천억원도 그랬다.
기재부는 예산 외에도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률, 실업률 등 국가 경제의 주요 지표를 관리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통화 정책 및 재정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외국에 이런 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권한을 가진 정부 부처는 흔치 않다.
예를 들어, 미국은 재무부와 상무부, 노동부 등 여러 부처가 경제 정책의 각각의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예산, 세제, 경제 정책 전반을 아우른다.
국가 경제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이유로 기재부 출신 새내기 국회의원들에게 경제계, 재계는 물론 정부 부처 예산 담당자들은 벌써부터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4월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당선된 기재부 출신의 면면을 살펴보자.
이제 막 국회에 입성할 이들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이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신승’을 거둔 이종욱 당선인이다. 그는 기재부 국토해양예산과장, 국고국장, 기획조정실장, 조달청장 등을 역임했다.
국민의힘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서울 강남구을의 박수민 당선인 역시 기재부 재정분석과장·조세지출예산과장을 거친 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를 지냈다.
부산 북구을의 박성훈 당선인은 기재부 기획조정실 과장, 세제실 과장, 기재부 국장을 역임한 후, 부산시 경제부시장, 해양수산부 차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민주당에서는 안도걸, 조인철 당선인을 꼽을 수 있다.
안도걸 당선인은 이른바 ‘호남 정치 1번지’로 불리는 광주 동구·남구을에서 당선됐다. 그는 기획예산처 제도관리과장, 복지예산심의관, 예산실장 역임 후 기재부 2차관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광주 서구갑에서 당선된 조인철(사진 맨 오른쪽)당선인도 기재부 예산실 총사업비관리과장을 지낸 뒤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을 맡았다.
이들은 국민의힘에서 나란히 3선을 달성한 추경호, 송언석 의원과 함께 모두 기재부 출신 7인으로 손꼽힌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현역인 대구 달성에서 3선을 기록했다. 그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재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국회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원내수석부대표 등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 여당의 대표적인 경제정책통으로 꼽힌다.
기재부 예산실장, 2차관을 역임한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역시 경북 김천에서 3선에 성공했는데, 그는 21대 국회에서 국회 예결위 여당 간사로 활약해 22대 국회에서도 여당의 경제정책 포스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5명, 민주당 2명인 ‘기재부 출신 경제통 7인’은 대부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등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선 5인방의 역할이 향후 대한민국 경제에 만만치 않은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이들이 과연 어떤 ‘초심’을 가지는가가 매우 중요해 보인다.
부디 바라건대 기재부 시절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어려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첫 직장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끄는, ‘경제 사령탑’의 한 구성원으로 출근할 때의 초심을 여의도 국회 첫 출근길에 되새겼으면 한다.
구체적으로 경제 상황 모니터링을 하루도 거르지 않길 바란다.
경제 상황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표와 데이터를 매일매일 체크해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자신들을 당선시켜준 국민들의 고통을 알 수 있는 숫자, 즉 물가, 고용, 성장률 등 경제 전반의 지표를 꼭 확인해야 할 거다.
그래야 경제 정책, 민생 대책이 나올 터.
또 경제를 살리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어떻게, 어디에 나랏돈을 상식적으로 쓸 지를 고민해야 할 거다.
다양한 경기 부양책에 대해 여야가 다를 수 있지만 ▶취약 계층 보호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중소기업 지원 등에 대한 지원은 이견이 없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규제의 혁신이다.
국회는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신기술 및 신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장벽을 최소화해야 할텐 데 이들 5인이 앞장서 주기 바란다.
인공지능, 로보틱스, 빅데이터 등 기술의 발전과 입법 사이의 ‘괴리감’을 신속히 메워 주는 일 역시 초선 경제통들이 신경 써야할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이들 초선 경제통들이 국회와 정부, 기업, 시민 사회 사이 ‘가교’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까지 가져본다.
요즘 너무나도 먹고 살기 힘든 국민들을 위해서 말이다.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