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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 윤석열에게 THE BUCK은 PASS
칼럼

[이승재 칼럼] 윤석열에게 THE BUCK은 PASS

이승재 기자
입력
사진=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더 벅 스톱스 히어(The Buck Stops Here)"는 "책임은 내가 진다", "최종 결정권자는 나이며, 그 결과를 내가 감당하겠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이는 조직이나 집단에서 지도자가 최종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어떤 잘못도 변명하거나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모든 결과를 감수하겠다는 리더의 책임감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이는 1945년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를 최종 결정하고, 1950년 한국전쟁 파병 결단을 내린 미국의 제33대 대통령 해리 S. 트루먼(Harry S. Truman)이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트루먼 대통령은 자신의 책상 위에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두고 일했다.

 

이후 이는 '국가 지도자의 책임'을 상징하는 문장이 되었다. 

 

'Buck'은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카드 게임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사슴 또는 달러를 일컫는 영어 단어다. 

 

당시 포커 게임에서는 'Buckhorn knife'(손잡이 부분을 사슴뿔로 만든 나이프)를 딜러(카드 배분자) 역할을 맡은 사람 앞에 두었는데, 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딜러를 바꿀 수 있었다. 

 

여기서 "pass the buck"는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다"라는 뜻이 되었으며, 이를 부정하는 형태로 "The Buck Stops Here"가 탄생한 것이다. 

 

트루먼 대통령은 이 표현을 통해 지도자로서 자신의 책임을 끝까지 지겠다는 결연한 태도를 보였고, 이는 미국 정치 역사에서 강한 리더십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이 표현과 정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놓인 ‘The Buck Stops Here’ 명패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5월 방한 시 선물한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결정의 책임은 내가 진다”고 언급한 발언을 미국 측이 주목하고 특별히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상징적 선물과 달리, 윤 대통령의 실제 행보는 ‘책임 전가’의 연속이었다.

 

2024년 12·3 비상계엄 당시 군 병력 투입을 지시한 것조차 “엉터리 투표지 때문”이라는 핑계로 정당화하려 했고, 국회의사당 군 난입 사태에 대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달 그림자 쫓기 같은 억측”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는 바이든이 선물한 명패의 정신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행태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 명패가 윤 대통령의 ‘책임 회피 성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도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루먼이 원폭 투하와 한국전쟁 파병 같은 중대결정의 책임을 진 것과 달리, 윤 대통령은 군 지휘관들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지시를 내린 뒤, “기억나지 않는다”는 막말로 일관했다.

 

‘The Buck Stops Here’ 명패는 결국 공허한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병력을 출동시킨 것은 자신의 지시였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과도한 대응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잘못 이해한 것 같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더 나아가 국회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당시 군 지휘관들의 증언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특히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어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 같은 것을 쫓아가는 그런 느낌을 좀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계엄 당시 경찰이 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통제하고, 군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장면이 방송으로 생중계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명백히 사실을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책임 회피가 군 지휘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수사를 받으며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생각한다. 군의 억울함을 밝히고 싶다”고 발언했다. 이는 윤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책임을 부하 군인들에게 전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는 그의 리더십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책임을 지는 법을 모른다. 오히려 그는 책임을 부하들에게 전가하는 데 능숙하다. 

 

집무실 책상에 놓인 "The Buck Stops Here" 명패의 의미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The Buck Stops Here"는 없다. 오직 "The Buck Passes Here"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의 리더십은 책임감이 아니라, 책임 회피, 책임 떠넘기기로 규정된다. 

 

그의 책임 회피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윤석열 앞에 'The Buck'은 STOP하지 않는다. 그저  PASS다.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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