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구매대행업 '밀수 비상'

대법원이 '해외직구'를 가장해 수억 원대 명품 의류를 밀수입한 구매대행 업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히 수익금의 2배에 가까운, 21억원이 넘는 추징금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해외직구와 구매대행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에게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A씨(45)는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던 구매대행 전문업자다. A씨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약 2년간 824회에 걸쳐 고가의 명품 의류를 국내로 들여오면서 세관을 속였다.
A씨는 고가 명품 의류를 영국에서 구매한 후, 현지 화물운송업체를 통해 마치 개인이 직접 사용할 물품인 것처럼 위장해 '목록통관' 방식으로 들여왔다.
목록통관은 개인이 해외직구로 150달러 이하 물품을 들여올 때 간소화된 절차를 적용하는 제도다. 그러나 A씨는 150달러를 훌쩍 넘는 고가 의류를 모두 약 145달러로 허위 신고했다. 이렇게 들여온 상품은 총 828점, 금액으로는 13억1860만 원에 달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A씨가 법적으로 '수입자'에 해당하느냐였다. A씨 측은 "실제 통관은 소비자 이름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자신은 수입화주가 아니며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법원은 "A씨가 통관 과정 전체를 직접 지휘했으며, 소비자들은 수입 절차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A씨를 '실질적 수입자'로 판단했다.
2심 역시 "관세법 제269조 제2항이 규정한 밀수입 주체에 해당하며, 정상적인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부정한 방법으로 통관했기에 위법성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최근 A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자는 단순한 화주나 납세의무자에 한정되지 않으며, 실제 통관절차를 주도하고 밀수입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한 자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쉽게 말해 이번 판결은 해외 구매대행 등에서 법적인 최종 책임자는 마지막 구매자가 아니라 대행한 자, 즉 '수입자'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한 21억4733만 원에 달하는 추징금도 함께 확정했다. 이는 A씨가 불법 수입을 통해 얻은 이익과 회피한 세금에 상응하는 금액이다.
이번 판결은 국내 직구·구매대행 시장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국내 거주자가 수취인으로 명시돼 있더라도, 업자가 목록통관을 통해 직접 수입 절차를 주도한 경우 '밀수'라는 기준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관세법 제269조 제2항 제1호에 따르면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물품 원가의 10배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