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기획] 백종원 논란…프랜차이즈의 법적 책임과 한계
뉴스

[기획] 백종원 논란…프랜차이즈의 법적 책임과 한계

이승재 기자
입력

최근 '믿고 먹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여러 사업체에서 다양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비자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원산지 표기 오류부터 위생 문제까지, 연이어 발생한 논란들은 단순한 실수를 넘어 법적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빽다방' 원산지 표기

더본코리아의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은 '우리 농산물 우리 빽다방'이라는 문구로 '쫀득 고구마빵'을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중국산 고구마가 일부 포함돼 있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1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고발장에 따라 백 대표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고발인 A씨는 "빽다방이 광고에서 '중국산' 표기를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이라며 "단순한 편집상 실수가 아닌 소비자가 국내산 농산물로 제품 원산지를 오인하도록 유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A씨는 강남구청에도 빽다방에 대한 시정명령과 제조정지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출했다.

 

이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제8조(거짓·과장의 표시 또는 광고 금지)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제5조(원산지의 표시) 위반 소지가 있다. 

 

◆'빽햄'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

이와 함께, 더본코리아의 통조림 가공육 제품 '빽햄'은 돼지고기 함량이 39.5%에 불과하나 제품명과 포장이 소비자에게 '햄'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식품위생법 제10조(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와 제13조(표시기준) 위반 소지가 있다. 제품이 햄류로서 요구되는 최소 육함량 기준에 미달할 가능성과, 제품명과 실제 함량 간 불일치로 소비자 오인을 유발했다는 점이 문제이다.

 

◆PET용기를 전자레인지에

일부 '빽다방' 매장에서 플라스틱(PET) 용기에 담긴 메뉴를 전자레인지에 그대로 데워 제공했다는 논란도 나왔다. 

 

202311월 충청남도 홍성에서 열린 글로벌 바비큐 페스티벌에서 농약 분무기를 사용하여 고기에 사과주스를 뿌리는 장면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식품위생법 제4조(위생관리 의무), 제8조(위해식품 등의 판매 금지), 제44조(위생적 취급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 

 

전자레인지용이 아닌 PET 용기 가열과 농약 살포기 사용은 식품 취급 시 위생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현행 법제도는 식품 관련 문제 발생 시 대부분 '사업자 개인' 혹은 '현장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구조에서는 실질적인 관리 권한은 본사에 있으면서도 법적 책임은 가맹점주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빈번하다. 

 

식품위생법 제4조와 제44조는 주로 영업자(대부분 점포 단위)를 규제 주체로 명시하고 있어, 본사 차원의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빽다방'의 PET 용기 논란처럼 본사가 제공한 용기나 조리 지침에 문제가 있어도, 가맹점의 단순 실수로 몰아갈 경우 법적 책임이 불명확해진다. 따라서 본사를 식품 위생 책임 주체로 명확히 규정하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은 대부분 '문제 발생 후'에야 작동하는 사후제재 중심 구조다. 백종원 대표가 경찰에 입건된 것도 소비자들의 신고와 언론 보도 이후였다.

 

이러한 구조는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허위 또는 과장 광고가 의심되는 경우 즉시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행정지도 권한'을 식약처나 공정위에 강화하고, 광고 문구에 대한 사전 심의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대부분의 논란에 대해 '신입 직원의 실수', '행사 현장의 일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위생 논란과 원산지 표시 문제는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문제는 이것이 의도적인 기획인지, 내부 절차의 누락인지, 아니면 단순한 현장 실수인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법률은 '고의'와 '과실'의 구분을 중요시하지만, 실제 외식 업계 현장에서는 이 둘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 내부의 리스크 사전 점검 절차와 경영자의 최종 책임 범위를 구체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준법 감시 체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HACCP 의무화 확대 필요성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은 대부분의 제조업체에 적용되고 있으나, 프랜차이즈 업계의 매장 운영에는 여전히 적용이 제한적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의 운영 주체가 다르다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백종원 논란과 같은 사건이 반복될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해 'HACCP 유사 인증제' 혹은 '위생 리스크 통합관리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있다.

 

이는 단순히 가맹점주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본사가 매장 단위의 위생 관리를 구조적으로 책임지게 하는 방식이다.

 

◆사과와 구체적 실행

백 대표는 지난 3월 19일 사과문을 통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고 원산지 표기 문제를 포함한 모든 제품의 설명 문구를 철저히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어떤 권한을 갖고',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진정한 감시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문위원회를 넘어, 문제 발생 시 영업중지 권한, 광고 문구에 대한 사전 검토 기능, 위생 매뉴얼 전면 개정 권한 등을 갖춘 독립적인 '식품안전 내부감사위원회' 수준의 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감시 시스템의 보고서와 점검 결과는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식품 전문가, 법률가, 소비자 단체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면피용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백종원-더본코리아 사태는 단순한 이미지 훼손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브랜드 백종원'은 신뢰의 출발점이지, 보증 수표가 아니다. 제품 품질, 광고 진실성, 위생 시스템 등 기업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만이 소비자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더본코리아가 이번 논란을 진정으로 극복하려면, '이미지 관리'가 아닌 '내부 구조 혁신'이라는 본질적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이승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