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조 코인' 권도형, 뉴욕법원 재판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권도형(33) 테라폼랩스 창립자가 31일(현지시간)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다.
권씨는 뉴욕 남부연방지검에 의해 사기공모,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형사재판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권씨가 가상화폐 테라USD(UST)의 안전성을 과장하며 투자자들을 속이고, 이를 통해 막대한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권씨는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TV 인터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라의 블록체인 기술을 허위로 홍보하며 투자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테라폼랩스가 테라와 루나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떠받치기 위해 특정 기업과 시세조종을 공모한 사실도 공소장에 명시됐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테라폼랩스가 2021년 5월 특정 기업과 계약을 맺고, 테라의 가격이 하락할 때 대규모 매수를 통해 가격을 유지하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SEC는 이를 두고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알고리즘에 따라 가치를 회복하는 시스템"이라는 주장을 통해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22년 5월 테라의 가치는 급락했고, 결국 59조 원이 넘는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SEC는 민사소송에서 권씨와 테라폼랩스의 사기 혐의를 인정받았고, 권씨는 이에 따라 약 6조 5천억 원 규모의 벌금 및 환수금 납부에 합의한 바 있다. 이번 형사재판은 SEC의 민사소송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권씨 사건을 비롯해 가상화폐 관련 범죄를 엄격히 다루고 있다. 권씨의 사건은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사건을 담당했던 동일한 법원과 검찰 조직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과거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5년 형을 선고받았으며, 권씨 역시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씨가 받는 증권사기 및 정보통신 사기 혐의는 각각 최대 20년, 10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며, 병과주의(개별 범죄 각각 처벌 형량을 모두 합산해 단죄하는 방식)를 채택한 미국 법체계에 따라 총 형량은 100년 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미국 사법제도의 양형 기준이 유연해 실제 선고 형량은 다소 낮아질 수도 있다.
권씨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 혐의로 체포된 후, 미국과 한국이 신병 인도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결국 몬테네그로 당국은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미국이 가상화폐 관련 국제 범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권씨의 형사재판은 가상화폐 업계의 투명성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권씨가 창립한 테라폼랩스의 붕괴로 피해를 입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약 5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번 재판 결과는 가상화폐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