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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 엔비디아, 시가총액 1위의 의미
이승재 기자
입력
수정2024.11.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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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 엔비디아, 시가총액 1위의 의미
인공지능(AI) 칩 시장의 ‘지배자’인 미국 IT 기업 엔비디아가 세계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큰 회사에 올라섰다.
생성형 AI 붐을 타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에 등극한 것이다.
수 년 전만 해도 게임 그래픽을 만드는 일개 컴퓨터 부품 회사에 불과했던 엔비디아가 이제는 전 세계 증권 시장에서 최고 자리를 차지한 것은 사실 예견된 사건이었다.
엔비디아는 19일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시가총액이 3조3350억달러에 달해 마이크로소프트(3조3173억달러)와 애플(3조2859억달러)을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다.
1993년 엔비디아가 설립된 이후 31년 만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더 이상 게임 그래픽카드 제조사에 머무르지 않고, AI와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1993년 설립 이후 3D 비디오 게임을 위한 GPU를 제조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2018년 비트코인 열풍과 함께 코인 채굴업체들이 GPU를 대량 구매하면서 매출이 급증한 게 첫 도약이었다.
이후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봇 '챗GPT'가 공개되면서 '퀀텀 점프'에 성공한다.
생성형 AI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의 GPU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1년 반 만에 9배 이상 상승했다.
이른바 독점적 AI 칩 생산자라는 ‘권력’을 시장과 투자자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칩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주요 기술기업들이 엔비디아의 AI 칩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설립자이자 CEO인 젠슨 황의 확고한 비전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IT 산업의 ‘가속 컴퓨팅’으로의 전환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GPU에 대한 큰 베팅을 지속해왔다. 이러한 전략적 방향 설정은 엔비디아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24년 들어서도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1분기 매출은 260억4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262% 증가했다. 특히 AI 칩을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427% 급증하여 전체 매출의 약 86%를 차지했다.
엔비디아는 단순히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AI 소프트웨어와 툴킷을 함께 제공하여 AI 생태계를 구축했다. 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와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해 개발자들이 엔비디아 GPU를 활용한 AI 모델을 쉽게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AI 붐이 계속되면서 엔비디아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따라잡을 만한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주가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엔비디아의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1위에 오른 것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AI 혁명이 산업 전반에 걸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엔비디아가 이 변화의 중심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미래에는 몇 가지 리스크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독점이 깨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엔비디아가 지배하는 AI 칩 시장에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AMD, 인텔, 그리고 구글과 같은 회사들이 AI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 공급망 이슈도 무시 못할 변수다.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천재지변, 팬데믹 등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정은 생산과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규제 리스크도 언제 발생할지 모를 위험이다. 각국 정부가 기술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 따라 엔비디아도 규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AI와 데이터 관련 규제는 엔비디아의 사업 모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다. 미국의 금리 정책,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적 요인들도 엔비디아의 주가와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느 기업이든 1위 등극 보다 1위 수성이 더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