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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 빅컷과 금투세 논란…더 정교해야
이승재 기자
입력
수정2024.11.16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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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열과 부동산 시장, 그리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입시 제도 개혁 제안
[이승재 칼럼] 빅컷과 금투세 논란…더 정교해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일 새벽(한국 시간) 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이는 4년 6개월 만에, 한 번에 0.5%포인트를 내리는 파격적인 조치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미국의 빅컷은 최근 한국 정치권과 금융시장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선거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방향이 옳은지에 대해 더욱 신중하고 정교한 정책적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미국 경제 회복의 자신감, 빅컷
코로나19 여파로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상이 드디어 반전 모드에 접어들었다. 연준은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첫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연준은 18일(현지 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5.25∼5.50%에서 4.75∼5.00%로 0.5% 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는 인하 여부와 폭을 모두 뛰어넘는 대폭적인 조치로, 일명 '빅컷'으로 불린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하게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자리 증가는 둔화됐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금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물가에 대한 자신감이 두드러진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보였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상태”라고 하면서도 ""FOMC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또한 연준은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는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금리 인하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연준은 “기준금리 목표 범위에 대한 추가 조정을 고려하며, 앞으로 나올 데이터와 전망, 리스크를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밝혀,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한미 금리차 2.0%p에서 1.5%p로
미국 경제에 크게 영향을 받는 한국 경제는 이제 새로운 차원의 대응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미국의 빅컷으로 기존 2.00% 포인트였던 한국(3.50%)과 미국(5.25∼5.50%)의 금리 격차가 최대 1.50% 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이제 우리는 이 변화가 한국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
먼저 환율이다.
미국이 장기간 금리를 대폭 인하하면 달러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 가치가 낮아지면 원화는 강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원화 강세와 환율 하락은 한국의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는 환율 하락이 수출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미국 금리 인하로 인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비(非)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치권 금투세 논란, 근본 재검토 필요
이 시점에서 2025년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빅컷으로 한국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일 경우, 금투세 도입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자본이 미국을 넘어 다른 국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한미 금리 차이가 축소되면서 자본 유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내 금투세가 시행되면 이러한 자본 유입이 제한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이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다른 국가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에서 연간 기준 금액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금투세는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해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윤석열 정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2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금투세 시행이 3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여당은 금투세 도입을 더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투세 도입이 국내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투자자들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야당은 2025년 조세정의 실현과 부자감세 방지를 위해 금투세 도입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실 미국의 빅컷이 한국 정치권의 금투세 논란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금리 인하가 주식시장의 활황을 유도하고, 금투세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을 높일 수 있지만, 환율 하락과 수출 경쟁력 약화 등의 부작용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미국 금리 인하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금투세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미국의 빅컷이 가져오는 변화와 경제적 불확실성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금투세 시행 시기를 연기하거나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