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 추석 임금체불 대책? 국가는 더 신속하게!

이제 보름 앞으로 다가온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어려운 민생 경제가 곳곳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형마트의 물가는 치솟고, 가계 대출 금리는 내려갈 기미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절망적인 현실은, 일한 대가조차 받지 못한 채 추석을 맞는 노동자들의 처지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23일 내달 14일까지 ‘임금체불 집중 청산 기간’을 운영한다고 발표한 것은 그래서 늦었지만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 매번 명절을 앞두고 임금체불 대책은 늘 있지만, 실제로 돈이 노동자 손에 쥐어지는 시점은 늘 늦다.
이번 조치의 골자는 체불근로자와 사업주 모두에게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다. 근로자는 연 1.0%의 금리로 최대 1천만 원, 고용위기지역은 최대 2천만 원까지 생계비를 빌릴 수 있다. 퇴직자도 최종 임금과 퇴직금을 합산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사업주 역시 담보대출 1.2%, 신용대출 2.7%로 최대 1억5천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혜택은 기한이 지나면 금리가 올라간다.
결국 제도는 명절 직전 한시적 구제책일 뿐, 속도와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추석만큼은 ‘행정 절차’의 느린 벽을 깨야 한다. '신청 후 7일 이내 지급'이라는 공단의 방침조차 현실에서는 서류 보완, 심사 지연 등으로 밀리는 경우가 잦다.
정부는 추석 앞둔 시점에 '보여주기식 지원'이 아니라, 체불 확인 즉시 현장에 투입되는 긴급 대응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예컨대 근로복지공단이 대지급금 신청 7일 이내에 연연하지 말고, 확인 즉시 일단 지급하고 이후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또한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 역시 강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벌금 몇 백만 원 내고 끝나는 수준이라면 체불은 계속 반복된다. 임금 지급 의무를 지키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선 명절 직전이 아니라 적어도 3개월 전 특별 단속을 벌이고, 계좌 추적과 자산 압류를 동원해 즉각 임금이 지급되도록 강제해야 한다.
국가가 ‘채권자’의 입장에서 노동자를 대신해 돈을 받아내는 적극적 역할을 '속도와 시간'을 고려해 수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추석은 가족이 모여 밥상을 나누는 날이다. 그러나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에게 명절은 고통의 장일 뿐이다. 국가의 대책이 노동자들 '통장'에 실제로 제때 집행되지 않는다면 명절 의미는 퇴색된다.
'명절 앞둔 특별단속과 대책', 앞으로는 보여주기 행정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긴급 집행으로 정책의 무게를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세금을 내며 국가를 믿는 이유다.